폼페이오 방한 연기에 ‘옥토버 서프라이즈’도 가물가물

입력 2020-10-05 00:08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북·미 관계에 급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인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깜짝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 여파로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국무장관의 방한도 연기됐다.

남북 관계에선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종전선언’ 제안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돌발 암초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외교부는 오는 7~8일 방한 예정이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일정을 연기했다고 4일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연기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며 조속한 시일 내 다시 방한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한 연기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받았으며 한·미 간 외교 경로를 통해 긴밀히 소통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폼페이오 장관이 4~6일 일본만 방문한다고 공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할 경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은 물론 문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과 최근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북·미 대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현안도 많았다. 하지만 방한 불발로 대화 테이블이 사라진 셈이다. 미국은 이달 중으로 방한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 중이고 다음 달 3일(현지시간)이 미국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 전 방한은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즈음에 공교롭게도 북한군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면서 북한에 대한 국내 여론도 좋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남북 관계 반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군 통신선이라도 연결하자고 지난달 28일 제안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서로 맞물려 있는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모두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셈이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김화군의 수해복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지지도는 지난 1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차림의 여동생 김여정(왼쪽 두 번째) 노동당 제1부부장도 수행했다. 그가 관영매체에 등장한 것은 지난 7월 말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연합뉴스

다만 남·북·미 정상은 최근 위로전과 친서 교환을 통해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미 대선 이후 ‘톱다운’식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3일 위로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쾌유를 비는 위로전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각 친서를 주고받기도 했다. 또 최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각각 미국을 방문했고, 서훈 국가안보실장도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해 한반도 비핵화 등 현안을 협의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한 무산과는 별개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물밑 조율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임성수 김영선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