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회 금지 필요하지만, 공권력 과잉대응은 안 돼

입력 2020-10-05 04:03
우려했던 개천절 광화문 집회가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되며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3일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도심에 경찰 1만여명을 투입하고, 차량 검문소 90곳을 설치했다. 광화문에서 대한문에 이르는 세종대로 일대에 경찰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차벽을 세웠다. 서울시는 지하철 광화문역 시청역 경복궁역 출입구를 폐쇄하고,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켰다. 광화문광장에는 펜스가 설치됐다. 시위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도심에 나왔다가 검문을 당했고, 지나가던 차도 세워야 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는 해도 공권력의 대응이 너무 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단체들은 현 정부가 코로나를 이용해 헌법 제21조 언론 출판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틀어막았다고 비판했다. ‘정치 방역’ ‘재인 산성’ 같은 강경 발언도 나왔다. 이들은 오는 9일과 10일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수가 모이는 도심 집회를 열 때가 아니다. 겨울을 앞두고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라. 코로나를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고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던 그는 최근 확진 판정을 받고 군 병원에 입원 중이다. 방심이 부른 결과다. 우리는 지난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경험이 있고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서울 도심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집회는 그 성격이 무엇이든 지금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추석 연휴 기간 확진자 수가 4일 연속 두 자릿수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는 검사 결과 수가 적은 데 따른 착시현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천절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한 차벽 동원과 지하철 통제 등은 지나친 측면이 많다. 무엇이든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 방지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사이에서 신중하게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