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코로나 감염, 외교·안보 불확실성 대비해야

입력 2020-10-05 04: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미 국정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해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을 승인받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로 치료를 받고 있다. 백악관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상태에 대해 열이 없고, 산소 공급도 받지 않는 상태이며 대부분 시간을 업무 수행에 보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되는 동안에도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며 행정 공백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74세에 과체중으로 코로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그의 건강을 지나치게 낙관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하루 전 확진 판정을 받은 호프 힉스 보좌관을 비롯해 백악관 주요 참모진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와 백악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역할과 비중이 큰 미 대통령의 신상 변화는 지구촌 전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동맹 관계인 우리나라 정치 경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외교·안보는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당장 7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방한이 연기됐다. 모처럼 대면 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현안과 지역 및 글로벌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구상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추진력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신뢰 관계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변 변화에 따른 비상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는 한 치의 차질도 빚어지지 않도록 꼼꼼히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혼란상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미 대선도 염두에 둬야할 필요가 커졌다. 평소 코로나19 방역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은 대선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가뜩이나 민주당에 유리한 우편투표를 문제 삼아 대선 결과에 불복할 움직임을 제기해 오던 트럼프 진영에서는 대선 연기 주장까지 내놓고 있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일정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섣부른 예단을 배제한 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비상대책을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