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맏형’ 서울시의회가 걸어온 지방분권 여정은 행정 중심의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서 소외됐던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원동력이 됐다.
2018년 3월 출범한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총괄 조정기구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정부부처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전체 32개 과제 중 지방의회와 관련된 과제는 단 하나뿐이었다. 이마저도 ‘자치단체의 자율성·책임성 확대’라는 대분류의 하위과제로 다루고 있었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의회 견제·감시 기능강화’를 새로이 대분류로 추가해 지방의회 관련 과제를 확대하고 그 과제로 지방분권 7대 과제를 포함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및 의회직 신설, 자치조직권 강화,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의회 예산편성의 자율화, 인사청문회 도입, 교섭단체 운영 및 지원체계 마련 등이다.
그러나 정부가 최종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핵심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이 빠진 반분권적·반의회적 정책이었다. 정부가 지방의회 의견조회조차 하지 않고 중앙집권적으로 진행됐다.
지방의회 없는 반쪽짜리 지방분권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서울시의회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서울시의회는 110명 전원이 발의한 ‘지방의회 위상 정립과 지방의원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 ‘자치분권 종합계획(안)’ 및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 수정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에 전국 시·도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이를 기점으로 전국적인 행동을 통해 정부와 국회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방분권형 개헌 재추진과 지방의회 독립성·전문성 강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홍보 활동 강화를 목표로 전국 17개 시·도 광역의원 600여명은 2018년 10월 22일 국회에 모여 하나된 힘을 보여줬다.
2019년 3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30년만에 정부가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었다. 하지만 자치입법권 강화, 인사청문제도 도입 등 지방의회의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과 시·도의회 인사권 독립에 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이 역시 지방의회에서 요구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었다.
더이상 지방의회가 소외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는 건의자료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전국 광역의회 추가 건의사항에는 상위법령에서 직접 조례에 위임한 사항을 대통령령, 부령 등으로 재규정하는 행정입법을 금지하는 자치입법권 강화와 지방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마저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서울시의회는 낙담하지 않고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의 문을 두드렸다. 결국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다시 21대 국회에 제출되고,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논의의 단초가 마련됐다.
또 다른 난관은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었다. 2019년 초에 발생한 일부 지방의회의 불미스런 사건들이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켰다. 서울시의회는 자정노력(안)을 시민사회단체에 처음 공개하며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는 자정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지를 보내며 지방분권 추진과 자정노력에 적극 공감했다.
서울시의회는 110명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한 책임성·청렴성 강화를 위한 자정노력결의안을 2019년 4월 30일 통과시켰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공무국외연수 개선, 지방의원 겸직제한, 영리행위 금지, 의정비제도 개선, 지방의회 정보공개, 지방의회 시설개방, 윤리특별위원회 강화, 의정활동 투명성 강화 등을 담았다. 국회가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정면충돌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을 때, 서울시의회의 자정노력결의안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지역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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