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배추와 무 가격이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뛴 가격이 이어지면서 김장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고랭지 배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3%, 평년보다 10.0% 줄어든 35만5000t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이 줄면서 배추 가격은 지난해보다 배 수준으로 뛰었다.
a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고랭지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1만1883원으로 지난해 가격(6918원)보다 70% 이상 뛰었다. 평년 가격(5509원)보다는 2배 이상 높았다. 고랭지 무 1개 소매 가격도 3870원으로 지난해 가격(2054원)보다 88% 이상 상승했다. 이밖에 고추·양파·파 등의 가격도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채소값이 급등한 데는 지난 여름 배추 주산지에 비가 자주 내린 데다 긴 장마와 태풍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철 전국 강수일수는 28.3일로 전국 기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전국 강수량은 686.9㎜로 역대 2위였다.
문제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햇품 출하가 늘면서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과일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배추와 무 가격은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6개월(3~8월)간만 봐도 배추는 전년 동월 대비 35.7~102.1% 가격이 치솟았다. 무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가장 많이 오른 달이 가장 최근이라는 점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치솟는 ‘밥상 물가’는 소비자의 실물경제와도 직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추석을 앞두고 실시한 소비자패널조사에 따르면 평소 명절용 김치를 담그는 소비자의 48%가 ‘이번 추석에는 김장 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83%가 ‘비싼 배추 가격’을 꼽았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