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으로 환상적인 보디라인?… ‘환상’부터 버려라

입력 2020-10-05 19:39 수정 2020-10-05 21:3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변에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수두룩하지만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다. 잠깐 살을 뺐더라도 이를 유지하지 못해 전보다 더 살이 찌는 요요현상을 겪는 일도 부지기수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을 빼기 힘들다면 지방흡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지방흡입은 ‘케뉼라’라는 가느다란 흡입관을 넣어 피부와 근육층 사이에 있는 지방층을 직접 밖으로 빼내 보디라인을 보기 좋게 가다듬는 방법이다. 신체 사이즈가 눈에 띄게 줄고 일상 복귀도 빨라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술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흡입이 ‘왕도’인 것은 아니다. 근육이나 지방량에 따라 수술 결과가 차이날 수 있고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겐 추천되지 않는다.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수술 병원에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지, 집도의가 경험 많은 의사인지 여부를 꼼꼼히 살피는 일이다.

심장·뇌혈관, 폐질환자는 피해야

지방흡입술을 결정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기저질환이나 현재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심·뇌혈관질환, 폐질환 등이 있는 사람은 지방흡입을 피하는 게 좋다. 박윤찬 부산365mc병원 대표병원장은 5일 “협심증이나 뇌동맥류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드물게 수술 중 혈압 변동으로 인해 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인 금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선 지방층 제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주입하는 ‘투메센트’ 용액이 호흡곤란이나 심장이상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평소 혈당 조절이 잘 된다면 지방흡입을 받아도 문제없다. 다만 수술 전 금식 과정에서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어 중증 이상인 경우 집도의와 수술 가능 여부를 상담해봐야 한다.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수술 전 의사에게 꼭 알려야 한다.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피록시컴, 비타민E, 관절염치료제 복용자는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철저한 사후 관리도 수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방흡입은 피부와 근육 사이의 피하지방을 제거하는 것이라 복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내장지방의 경우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박 병원장은 ”극단적으로 체중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팔이나 허벅지 부위 피하지방은 크게 증가하지 않지만 복부 내장지방은 제일 먼저 지방이 쌓이는 부위이기 때문에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흡입 후 얼마 동안은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금세 원래의 나쁜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다. 수술 후 슬림해진 몸매에 취해 예전의 ‘살찌기 좋은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요요현상을 겪을 수 있다.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일상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관리법을 상담하고 임상 영양사로부터 체계적인 식이영양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침대와 TV를 멀리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 등의 운동습관을 들인다. 칼로리 높은 배달음식 섭취도 자제해야 한다.

수면마취 의료사고 피하려면

지방흡입술을 받다 발생한 의료사고가 종종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국내 한 의원에서 지방흡입을 받던 30대 여성이 석 달 넘게 깨어나지 못하고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과거 지방흡입술이 국내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수면마취보다는 허벅지·복부·팔뚝 등 부위를 국소마취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수면마취가 대중화됐다. 문제는 지방흡입 의료사고의 대부분이 수면마취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의사면허를 가진 누구나 마취를 할 수 있다. 어떤 마취를 시행하든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게 환자 안전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현실적 문제로 이뤄지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상주 의사를 대신해 프리랜서로 일하는 마취과 의사들을 필요할 때만 불러 마취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강희용 경희의료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취는 종류를 불문하고 마취가 끝날 때까지 환자를 지켜보는 게 원칙이다. 전신마취·부위 마취는 처음 시작단계부터 끝까지 마취과 의사 관찰이 필수적이고 대부분 지켜지고 있다”면서 “반면 수면마취는 마취과 전문의보다는 집도의가 수술과 마취를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활력 징후’(혈압·산소 포화도 등 바이탈사인)보다 수술에 좀 더 집중하기 때문에 종종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에서 수면마취가 진행되는 경우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이 끝날 때까지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원칙이 지켜질 확률이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수면마취제 자체는 안전하다.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중 지속적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며 적정 용량을 사용할 경우 수술의 질을 높여준다. 다만, 아무리 의사가 모니터링을 잘 하더라도 환자가 마취제에 알레르기를 가진 경우 사용이 어렵다.

가장 많이 쓰이는 수면마취제가 ‘프로포폴’이다. 이는 정맥으로 투여하는데 다른 마취제보다 마취 유도와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하지만 프로포폴 속에는 대두유(콩기름), 정제란 인지질(난황)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렇다보니 콩 땅콩 계란 등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과 함께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프로포폴 사용을 피해야 한다.

서재원 365mc대구점 대표원장은 “프로포폴은 제대로 사용하면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약물이지만 알레르기가 있다면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호흡곤란, 저혈압 쇼크, 후두(목구멍) 부종 등이 동반되는 중증 알레르기 쇼크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병력이 있는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이 같은 사실을 의사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풍부한 수술 경험과 해부학적 지식을 갖춘 전문의를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방흡입은 수술 도구를 육안으로 직접 보면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절개창을 통해 흡입용 관을 피하 지방층에 삽입 후 진행한다. 수술 중 관을 적절한 위치에 삽입하려면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집도의 경험이 많을수록 지방을 너무 많이 빼거나 남기지 않고 적정량을 추출할 확률이 높아진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