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님, 저희 다녀갑니다. 현관 문고리에 심방 바구니 걸어 뒀습니다. 어수선한 시절인데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교역자들도 마음을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부산 성민교회 교인들은 지난달 15일과 29일 사이에 이런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홍융희 담임목사가 교인 집 300곳을 일일이 방문해 문고리에 심방 바구니를 건 뒤 보낸 문자였다. 간혹 현관 앞에서 교인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가정에는 준비한 심방 바구니만 전달한 뒤 문자로 인사를 대신했다.
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심방이 어려워지자 비대면 심방을 고안해냈다. 교인 집 문고리에 교회가 준비한 심방 바구니를 걸고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교회는 ‘문고리 심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바구니에는 담임목사의 설교가 담긴 설교집과 방역 마스크 10장, 간식 등을 담았다. 풍성한 추석이 되길 바라는 의미로 홍 목사 장모가 직접 만든 손지갑도 선물로 넣었다. 문고리 심방에는 홍 목사를 비롯해 이승연 사모와 4명의 부교역자가 참여했다.
교인들도 새로운 형태의 심방을 반긴다. 특히 홍 목사가 교인들에게 쓴 손편지가 인기다. 홍 목사는 전체 교인 가정을 위해 각각 편지를 썼다. 보름 동안 쓴 편지가 300여 통이다. 편지 내용도 가정 형편에 따라 각각 다르다. 장로님의 건강을 염려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자녀의 학업을 걱정한다. 자녀들의 이름도 한 명씩 언급하면서 이들을 축복하는 기도도 담았다.
이 교회 서순향 권사는 4일 “목사님들이 집 앞에 다녀가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담임목사님의 손편지까지 받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면서 “우리 가정의 상황을 아시고 기도해 주신다는 약속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교인들끼리도 문고리 심방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 목사는 “코로나19로 서로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교인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 문고리 심방을 준비했다”면서 “편지를 쓰는 게 쉽지 않았지만, 교인들의 형편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썼다. 편지를 쓰면서 오히려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