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해군사령부 지시에 따라 남측 공무원 이모(47)씨를 총살한 사실이 우리 군 감청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통지문에서 밝힌 ‘(경비)정장의 결심 끝에 사격했다’는 북한 설명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며 궁지에 몰린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기만전술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들이 29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군은 지난 22일 밤 북측 해역에서 표류 중이던 이씨에 대한 총격이 해군사령부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감청을 근거로 당시 현장에 있던 지휘관이 상부에 이씨에 대한 처리 방향을 물었고 상부 지시에 따라 총격이 이뤄졌다는 내용을 국방위원들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지난 25일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라며 전달한 통지문 내용과 상반되는 설명이다.
이씨가 피격 전 북한군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도 군 감청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씨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지만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당시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이씨가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씨의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했지만, 우리 군은 연유를 붓고 훼손했다는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이번 사건의 핵심에 대한 북한의 설명이 하나같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허위 정보를 통해 남측을 기만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군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북한이 몰랐을 수도 있다”며 “통지문으로 사건을 덮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한도 자신들의 행위가 반인류적이고 반윤리적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오히려 우리 군의 감청이 조작됐다며 반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