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방역 계획 마련 안됐다”

입력 2020-09-30 04:06
최명진(가운데)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 사무총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10월3일 개천절 차량 시위를 금지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서울시와 경찰의 ‘개천절 집회 금지’ 처분을 합법으로 판단한 이유는 집회의 자유보다 공공보건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데 있다. 광복절 집회 때 “현 시점에서 감염병이 반드시 확산되리라 단언하기 어렵다”던 입장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심각하게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9일 개천절 당일 1000명 규모의 대면 집회와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각각 신고한 ‘8·15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집회를 허용하면 코로나19 감염 예방이라는 공공복리에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와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에서 별도 진행됐지만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결론은 같았다.

두 재판부는 모두 지난달 이후 전국에서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감염이 이뤄지는 점을 우려했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를 통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대위 측 사건을 심리한 행정13부는 “신청인은 이 사건 집회 전에 참가자명부를 작성한 일이 없고, 기초적 방역수칙 이외에 1000명에 이르는 집회 참가자와 행인 사이 감염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며 “개천절까지 효과적 방역계획 마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한국 측 사건을 맡은 행정5부는 “차량시위 방식 자체는 감염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차량시위 준비나 집결인원 관리·해산 등 과정에서 집단 감염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주최 측이 아무런 방역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광복절 때 일부 집회를 허가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이번 결정은 당시 비판 여론을 적극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측은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1인 시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변형된 방식의 모든 불법적 집회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