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살’ 다음 날 통일부 의료물자 대북 반출 승인

입력 2020-09-30 04:02
연합뉴스

북한군이 우리 공무원 이모(47)씨를 사살한 다음 날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물자 반출을 승인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통일부는 “승인 당시 담당 과장이 피격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반출 절차를 중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 21일과 23일 ‘영양 지원’과 ‘의료물자 지원’ 명목으로 대북 반출을 각각 승인했다. 반출이 승인된 물자는 탈지분유와 의료용 마스크, 체온기, 주사 등이다.

의료물자 반출 승인은 23일 오후 이뤄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2일 밤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사살됐다. 군은 이런 내용의 첩보를 청와대에 보고했고, 다음날인 23일 새벽 1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소집돼 관련 내용이 공유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회의에 참석했다. 통일부의 대북 지원 물자반출 승인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3일 (반출) 승인 당시 담당 과장은 우리 국민 피격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씨 피격 사실이 실무진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또 “이 장관이 지난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후 부내 점검회의를 소집했을 때 반출 승인 사실이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반출 승인이 나고 하루 가까이 지나서야 이 장관이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9월 중 승인된 단체들의 반출 시점 조정 등 진행 과정을 관리하라고 (이 장관이) 지시했다”며 “현재 민간단체 물자 반출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현재 6개 단체에 대해 물자 반출 절차 중단을 통보했고, 해당 단체들도 정부 요청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당국자는 ‘당분간 대북 물자 반출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엄중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