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우리 시간으로 30일 오전 10시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TV 토론에서 처음 맞붙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90분간 진행되는 두 후보의 TV 토론이 1억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2016년 대선 당시의 TV 토론을 뛰어넘는 수치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대중 유세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TV 토론은 승부를 가를 분기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 시대 양극단으로 치닫는 미국의 사회 정치 풍토, 코로나19 팬데믹 속 축소된 시민들 사이의 교류 등도 TV 토론 대흥행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몬마우스대가 지난 24~27일 유권자 809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는 이번 TV 토론을 시청하겠다고 답했다.
두 후보는 이날 일정을 최소화하고 토론 준비에 열중했다. 지난주 하루 3곳꼴로 대중 유세를 다녔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머물며 코로나19 언론 브리핑 등 두 가지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 바이든 후보는 공식 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다.
이번 TV 토론은 두 후보의 개인 이력, 코로나19, 인종 정의와 시위대 폭력, 연방대법원, 선거의 완전성, 경제 등 6개 주제로 주제당 15분씩 광고시간 없이 진행된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 시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이후 연방대법원 구성 문제, 코로나19 위험에 대비한 우편투표 확대 등은 최근 미국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해온 의제들이다. TV 토론 직전 터진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도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한 자릿수 퍼센티지(%) 차이로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TV 토론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토론 전 약물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등 지속적으로 올해 79세인 바이든의 ‘정신적 능력’을 문제 삼아온 만큼 일단은 바이든이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바이든의 격분이나 결정적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은 민주당 경선 당시 TV 토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만큼 트럼프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이 KO승보다는 판정승이나 우세승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1차 TV 토론 사회는 폭스뉴스의 대표 앵커 중 한 사람인 크리스 월리스가 맡는다. 월리스는 트럼프의 우군 매체로 평가받는 폭스뉴스 소속이지만 공정하고 날카로운 진행으로 진보 진영에서도 인정받는 언론인이다. 지난 7월 트럼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그의 발언을 조목조목 체크하며 트럼프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