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해상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해양경찰청 중간 수사 결과가 29일 발표됐다. 해경은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실종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 조석 등을 분석한 표류 예측 결과 등을 바탕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은 당국의 월북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며 이날 오후 외신기자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 공조를 통한 진상 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월북 여부는 피해자의 명예와 관련돼 있고 북측 해상으로 넘어간 이유를 설명해 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상이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북이 시신을 소각했는지 여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북측은 피해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설명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대북 통신망 첩보 등을 근거로 북이 시신을 부유물과 함께 불태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이 피해자를 사살할 당시 정황과 이유, 사살까지 이르게 된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국민적 공분이 터져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정부의 행정권이 미치지 못하는 북측에서 발생해 진상을 제대로 밝히려면 북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27일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했는데도 북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앞서 북측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지만 그것만으로 사태를 덮을 수는 없다는 걸 북은 알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밝힌 정황 중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남과 북이 밝힌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으니 양측이 공동조사를 통해 진상을 가릴 필요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가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대상이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면 이 사건에서부터 상식에 바탕을 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이 얼렁뚱땅 넘겨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우리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북은 공동조사를 수용하고 시신 수습, 군 통신선 복원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이 사건에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입장만 고집하다 대북 규탄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는 각성해야 한다. 여당은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근거 없이 의혹을 부풀리는 식의 소모적 대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상 규명에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사설] 해경 ‘월북’ 발표에도 의문점 많아, 北 공동조사 응해야
입력 2020-09-3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