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전 명태전 잡채… “혼추족 입맛 잡아라” 한 상 차린 유통가

입력 2020-09-30 00:04

“이번 추석은 귀성 포기하고 집에서 간단히 명절음식 먹을 거예요.” 올 추석 계획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영향으로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집에서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이 많아지자 유통가의 추석 풍경에도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최근 성인 남녀 1313명을 대상으로 ‘2020 추석 계획’에 대해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귀향 계획을 세운 응답자는 40.1%로 집계됐다. 2019년 44.9%, 2018년 46.7%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성인 남녀의 45.2%는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거의 절반이 집에 머무를 예정인 셈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혼추족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마트는 오는 2일까지 전국 83개점에서 명절 대표음식인 전을 매장에서 직접 부쳐 판매하고 각종 나물도 팩으로 판매한다. 녹두전은 개당 구매가 가능하고, 명태전·오색꼬지전·애호박전·동그랑땡·잡채 모두 100g 단위로 판매해 혼추족들이 먹을 만큼만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사진).

롯데마트는 1일까지 전국 모든 점포에서 준비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명절음식을 판매한다. 음식 준비를 간소화하려는 가구부터 혼자 명절음식을 준비하기 힘든 1인 가구까지 겨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고객들뿐만 아니라 1인 가구도 명절음식으로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도시락 하나로 추석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한 곳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혼자 추석을 보내면서도 명절음식을 알차게 먹을 수 있도록 1인 명절 도시락을 3만5000원에 판매한다.

편의점에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도시락으로 명절 기분을 느낄 수 있다. CU는 추석 기간 한정으로 명절음식 6종을 판매한다. 떡갈비와 명태전, 해물부추전 등이 함께 담긴 프리미엄 한정식 도시락 ‘명품한가위정식’부터 모둠전과 전통잡채도 준비했다. 업계 최초로 약밥도 출시했다. GS25는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궁중고기찜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은 혼추족들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는다. 이마트24는 전 가맹점의 27.7%(1374곳)만 이번 추석 연휴에 휴점한다고 밝혔다. 2019년 휴점 의사를 밝혔던 35%(1446곳)보다 7.3% 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올 추석에 귀성을 포기하는 혼추족을 잡기 위해 정상 영업을 결정한 가맹점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GS25는 연휴 기간에도 안전상비의약품 구매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택배 운영이 멈추는 오는 4일까지 반값 택배 서비스를 통해 택배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올해는 고향을 찾지 않고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분이 많아 편의점 방문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