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억만장자 트럼프보다 많은 세금을 냈군요”

입력 2020-09-30 04:05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터무니없이 적은 소득세를 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전력이 언론 보도를 통해 폭로되자 즉각 공세에 나섰다. 바이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를 각각 750달러(약 88만원)만 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 후 채 몇 시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는 31초짜리 영상 광고를 트위터에 게재하는 동시에 해당 기사를 활용해 스티커 판매를 시작했다. 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쥐꼬리 세금’ 파문이 미국 대선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세금을 내는 유권자들을 향해 “당신은 억만장자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은 세금을 냈다”며 이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이번 세금 논란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주의 블루칼라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대선 출마)과 2017년(대통령 취임)에 연방소득세를 각각 750달러(88만원)씩 냈다고 폭로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18년 중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 해가 11년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미국 국세청(IRS)을 인용해 “거의 절반 가까운 미국인이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2017년 납세자들이 낸 연방소득세의 평균은 1만2200달러(1427만원)”라고 지적했다.

NYT는 탈세 수법에 대해서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부과된 막대한 세금을 카지노, 호텔, 골프장 등 본인 소유 기업들이 적자를 내고 있다고 신고해 나중에 대부분 환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진영은 이번 논란을 이슈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페이스북에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냈나?”라는 글을 올린 뒤 ‘트럼프 세금 계산기’라는 제목의 웹페이지와 연결시켰다.

바이든 캠프가 만든 이 웹페이지엔 ‘당신은 2107년 세금을 얼마나 냈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여기에 750달러(트럼프 대통령이 낸 연방소득세)보다 많은 금액을 입력할 경우 ‘당신은 억만장자 트럼프보다 많은 세금을 냈다’는 답이 나온다. 밑에는 ‘화가 나는가? 우리도 그렇다’는 글이 붙어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당신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은 돈을 냈다면’이라는 글을 올리고 오른손을 든 이모티콘을 붙였다. 이에 많은 팔로어들이 다양한 형태로 손을 든 댓글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세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016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가짜뉴스 미디어는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와 단지 나쁜 의도로 내 세금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터무니없는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며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