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리포트] 지역특성 맞춰 선제적 대응… 코로나19 확산 저지 기여

입력 2020-09-29 19:47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어 포스트 코로나 대응 및 민생안정대책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위원들이 첫 회의를 갖고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한 의료진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준 시민들에게 수화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지방자치의 재발견’이다. 지난 30년간 풀뿌리 민주주의와 생활정치를 실천해온 지방자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첨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새로운 일상이 된 방역활동의 최전선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있다. 지방자치가 없었다면 세계 표준이 된 K방역의 특징인 신속한 역학조사와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 급감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긴급재난지원금 등 민생을 살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도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큰 몫을 담당했다. 지방자치의 역할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지역에 특화된 사업과 정책으로 주민들의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고경훈 박사는 29일 “전국 동시다발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지침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각 자치단체가 지역특성에 맞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앙정부가 전국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대응하다 보면 지역 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의 처방이 어렵고, 주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도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방역 전문가들의 정확한 진단에 근거하여 현장과 가까운 거리에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중심으로, 현장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감염병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감염병 대응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진광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사례를 보면 몇 가지 특이사항이 발견되는데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공간쏠림 현상을 보여주고, 생활문화 등 주민들의 일상생활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장 특성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소 교수는 “이러한 특이사항은 향후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며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의 역할 증대는 자치분권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치분권적 접근이 중앙정부에 주민들이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능동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하며 책임있는 시민정신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주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높이고 권한을 확대한다면 어떤 위기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자생력을 갖게 된다. 이것이 자치분권을 통한 지역사회의 회복력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포스트 코로나 대응 및 민생안정대책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울시 차원에서 효과적인 포스트 코로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영세 소상공인과 노동 취약계층 보호 등 민생 안정대책과 비대면문화 확산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 유망 신산업 육성 등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서울시의회는 또 코로나19 방역체계 강화와 지역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지방세 감면에도 앞장섰다. 총 4차례에 걸친 추경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서울시가 집행하도록 견인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대책을 실시하도록 서울시에 촉구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1차 추경안에 상가건물 점포 임대료를 인하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임대인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형 착한 임대인 지원사업’ 예산을 포함시켰다. 또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을 위해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관련 조례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올해 3월부터 코로나19 상황 종료 시까지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한시적인 지원대책으로 서울시가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1차 추경안에 재난관리기금 구호계정 적립금을 편성했다. 서울형 여행업 위기극복 프로젝트와 문화예술분야 지원대책 예산도 1차 추경안에 반영됐다. 서울시교육청 1차 추경예산에는 손 소독제, 열화상 카메라 설치 등 학교 방역사업과 긴급돌봄 지원사업 예산을 증액해 학교와 유치원의 코로나19 대응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지난 6월 3차 추경안에는 ‘서울형 긴급복지’ 기준을 완화해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늘렸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달 24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한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대출 지원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 대한 긴급고용지원금 지급을 서울시가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성숙한 시민정신 발현에 밑바탕이 됐다.

소진광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주민들의 시민정신은 자치분권을 통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방역 성과 앞에… 서울시 ‘S방역’ 헌신 있었다
서정협(왼쪽)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1일 코로나19 방역 의료기관인 서울 서북병원을 방문해 박찬병 병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한국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방역 성과를 대서특필했다. 한국이 발병 초기 국산 진단검사 키트의 신속한 승인을 추진한 것, 사회적 ‘초연결성’을 활용해 감염자 추적·알림 시스템을 도입한 것, 계획적으로 공적 마스크를 공급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는 성공적인 K(Korea)방역을 이끈 것은 서울시의 S(Seoul)방역이다.

서울시는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서 구로콜센터 등 집단감염 발생 현장에 긴급대응반을 투입해 대규모 검사와 신속한 역학조사, 철저한 자가격리를 실행했다. 특히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클럽 이용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검사를 회피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익명검사’를 처음 도입해 참여를 끌어냈다. 지난 3월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초로 제안해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서울시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늘고 무증상 확진자가 증가해 불안감이 커지자 코로나19의 조용한 전파에 대응하기 위해 증상이 없는 시민들도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사후 대처에 머무르지 않고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한 선제적인 검사를 시행해 코로나19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힘써왔다. 서울시는 또 마스크가 현재로선 최고의 백신이라는 생각으로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위한 매뉴얼을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이처럼 K방역 뒤에는 서울시의 S방역이 있어 둘을 합친 ‘KS방역’이 글로벌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S방역’의 핵심은 ‘신속성’과 ‘투명성’이라는 감염병 대응 원칙, 우수한 기술력·혁신력을 기반으로 한 진단검사-역학조사-자가격리 시스템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주요 도시 간 글로벌 네트워크인 CAC 사이트에 올린 서울시의 방역 노하우를 전 세계 수백만명이 조회했다. 주요 도시 시장들은 앞다퉈 서울시에 코로나19 대응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의 심리 방역까지 챙기고 있다. 서울시 문화본부는 문화와 예술로 시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한 프로젝트 ‘문화로 토닥토닥’을 진행하고 있다. 사연이 있는 시민들을 찾아가는 공연을 시작했고, 추석 연휴 기간에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비대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지역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