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주택가 골목에 있는 ‘카페 외할머니’는 정겨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외할머니처럼 따뜻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할머니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여서다. 이춘분(81) 등불감리교회 권사는 이곳의 장수 바리스타로 카페가 문을 연 2012년부터 커피를 내리고 있다.
부개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카페는 마을 사랑방과도 같다. 오전 8시 문을 열어 밤 10시에 문을 닫는 카페에는 20~30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부터 공공근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까지 함께 어울린다. 매일 보행보조기를 끌고 카페를 찾는 87세 단골도 있다.
카페 외할머니를 지난 25일 찾았다. “어서 오세요.” 김헌래 등불감리교회 목사가 먼저 기자를 맞이했다. 김 목사는 카페의 대표다. ‘카페 외할머니’라는 자수가 새겨진 앞치마를 두른 이 권사도 다가와 “커피 주문하세요”라며 미소 지었다.
동티모르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김 목사가 거들기는 했지만, 이 권사는 능숙하게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다 됐습니다.” 신맛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향과 맛이 일품이었다. “저희 왔어요.” 밝게 인사하며 카페에 들어온 중년여성들은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 권사는 드립 커피를 만들던 도구를 내려놓고 에스프레소 기계로 자리를 옮겼다.
김 목사는 원래 지금의 카페에서 500m 떨어진 일신시장 근처에서 카페를 시작했다. 이곳으로는 지난달 이사왔다. 29.7㎡(9평)에서 시작해 3배 이상 넓어진 99.1㎡(30평) 공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주중에는 카페지만 주일에는 등불감리교회 예배실로 변한다.
김 목사가 카페를 연 건 할머니 교인들을 위해서였다. 마침 박미성 사모가 공정무역 커피를 수입·유통하는 사회적기업에 다니고 있던 것도 계기가 됐다. 김 목사는 할머니 교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권했다. 8명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초창기에는 이분들이 교대로 손님을 맞이했다. 그사이 세상을 떠난 분도 계시고 몸이 아파 그만둔 분도 계신다. 몇몇 할머니는 손님도 없는데 월급 받기 미안하다며 그만뒀다.
카페는 추석 연휴에도 문을 닫지 않는다. 외로운 이웃을 위해서다. 김 목사는 “코로나19로 고향에 가기도 어려운데 심심하면 카페 외할머니에 와서 위로받으시라고 추석에도 문을 열기로 했다”면서 “연휴 중에도 불을 끄지 않으니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언제든 오셔서 추석의 풍성함을 나누자”고 권했다. 이 권사도 “맛있는 커피 만들어 드릴게요”라며 거들었다.
인천=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