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일 때문에 타지를 방문하게 된다. 흔하디 흔한 돌부터 왠지 낯선 느낌을 주는 다른 지역을 가면 일정보다 조금 더 머무르려고 하는 편이다. 지금은 제주에 와 있다. 일정을 더 늘리지는 못하고 일에 필요한 만큼만 머물다가 떠날 예정인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쉽게 외출하지 못한다. 식사는 매번 가던 음식점에서 포장해온 다음 호텔에서 먹는다. 버스를 타는 일이 생기면 창문을 활짝 열고 환풍부터 시킨다. 마스크는 나의 피부라고 생각하며 다닌다.
제주에 오래 살아봐서 제주도 어디에 가면 사람이 없는지 잘 안다. 그렇게 사람이 없는 곳 위주로 다니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제주인지 서울인지 분간이 안 되는 순간이 많다. 전날 저녁에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아름다워서 세 정거장이나 먼저 내렸다. 인적이 드문 길가를 잠시 걸었다. 사방은 금세 어두워졌다.
안 그래도 인적이 드문 길가인데 다니는 사람을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려움을 느낄 만도 한데 두려움보단 안정감이 먼저 들었다. 이젠 사람이 없어야 마음이 편하구나 싶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았다. 주변을 한참 살피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살짝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쉬어보았다. 굉장히 큰 결심이었고 곧이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바다의 짠내가 달게 느껴졌다. 한 번의 들숨에 만족하고 얼른 마스크를 썼다. 짧지만 너무도 만족스러운 들숨이었다. 자연을 한가득 몸 안에 머금은 느낌을 안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냥 숨만 쉬었을 뿐인데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왜 자연을 바라고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연은 사람의 다친 마음을 다독여주고 치유해준다. 얼른 자연의 치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손을 닦고, 소독제를 뿌린다.
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