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 2월 말 대구·경북서 3건 있었다… 추석 방역 초비상

입력 2020-09-29 04:05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전남 강진군 병영면 거리에 추석 연휴에 고향 방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연휴에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진=권현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에 동시감염된 사례가 올 초 국내에서 3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을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추석 연휴 방역의 성공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국내 수탁검사기관이 검사한 사례 중 3건에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시에 양성으로 확인됐다”며 “주로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에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같이 유행했던 시기에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들의 상태는 중증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우려했던 두 감염병의 동시감염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다만 당시 확진자 발생 규모를 고려하면 동시감염 비율은 극히 소수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인플루엔자 유행 자체도 평년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았다. 손씻기,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졌고 등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행은 조기에 끝났다.

외국에서도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동시감염 사례는 있었다. 방대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16건 중 1건(0.9%)에서 동시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중국에서는 2.7% 정도에서 두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자나 고령자와 같은 고위험군이 동시감염됐을 경우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정 본부장은 “임상 경과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의 한 직원이 28일 모든 상품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실내 매장에선 좌석 운영이 금지되고 음식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연합뉴스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일 대비 50명 늘어 총 확진자 수가 2만366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100명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감소한 것이다. 다만 확진자 수는 매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비율(20.9%)이 높은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은 5월 연휴 당시(5.9%)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이었다. 이는 그만큼 지역 사회에서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 간 이동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는 조용한 전파가 더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방역 당국은 추석에 어르신을 만나면서 고령자의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최근 60세 이상 확진자가 늘면서 사망자는 줄곧 증가세다. 전체 사망자의 24.9%(101명)는 지난달 14일 수도권 중심의 유행이 시작된 후 한 달 동안 집중 발생했다. 이날도 사망자가 5명 늘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코로나19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치명률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연로한 어르신이 있는 가정에서는 이동과 만남에 특별한 주의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