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취임 한 달을 맞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는 온갖 난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당 소속 의원들의 윤리 문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개혁 입법 처리, 북한의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까지 해결이 어렵고 출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사안들뿐이다. 유력 대선주자로서 자신만의 아젠다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이 대표가 맞닥뜨린 과제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기민한 정당을, 여야 협치의 자세로 ‘우분투’(Ubuntu·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를 강조했다. 지난 한 달은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무게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이 과정에서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보편 지급을 놓고 아젠다 전초전을 벌였다. 파국으로 치닫던 공공의료 논란을 수습하면서는 안정감 있는 관록과 조정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감한 당내 문제에선 과감한 결단과 엄중한 대응이라는 기조가 엇갈렸다. 이 대표는 부동산 투기, 재산 허위신고 논란에 휩싸인 김홍걸 의원을 지난달 18일 전격 제명하며 과단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에 연루된 이상직 의원에 대해선 당 윤리감찰단의 조사에 맡겼고, 이 의원은 자진 탈당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도 당원권 정지 외에 다른 조치는 하지 못했다.
최근 발생한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보수 야당은 이번 사안을 고리 삼아 정치 공세를 펼치며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흔들고 있다. 이 대표는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는 동시에 정부의 대북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사안 자체가 국회가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데다 야당과의 입장차로 대북 규탄 결의안 문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사실관계와 대안까지 파악한 뒤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며 “신중한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입법과 여야 협치는 이 대표의 정치력을 검증하는 본격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진정한 협치”라며 “공수처 개정안도 국회 절차대로 심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대선 주자로서 당내 입지 굳히기가 시급한 이 대표로선 친문 지지가 필요한 만큼, 문재인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인 공수처 설치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그간 여당의 단독 행보에 비판적이던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 측근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연을 앞세워 협치를 이어가면서 이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친문 지지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