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까지 대형마트 8곳이 문을 닫으면서 1만992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폐점한 대형마트 반경 3㎞ 안의 상권에서는 슈퍼마켓을 제외한 소매업과 음식점업 모두 평균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기보다는 대형마트 쇠락과 상권 침체라는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국회 한무경 의원실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유통 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통규제가 본격화한 2012년 이후 대형마트와 전문소매점(전통시장·음식점 등 골목상권·로드숍 등)은 매출과 업계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 34조1000억원에서 2019년 32조4000억원으로, 전문소매점 매출은 144조2000억원에서 135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편의점과 무점포 소매점은 7년 동안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은 위상이 낮아지고, 규제 압박까지 받은 대형마트는 적자의 길로 들어섰다.
롯데마트는 올해 14곳, 홈플러스는 3곳의 폐점을 예고했고 지난달 말까지 폐점한 롯데마트는 8곳에 이른다. 보고서에서는 2017년 이후 폐점한 대형마트 7개 점포를 대상으로 마트의 폐점이 상권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대형마트 폐점은 반경 3㎞ 이내 상권의 매출과 고용을 모두 하락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점 1년 후 소매업(슈퍼마켓 제외) 매출은 폐점 1년 전보다 2224억원, 음식점업은 1545억원 감소했다.
대형마트 폐점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한 곳이 폐점하면 평균 945명의 고용이 줄고, 반경 3㎞ 이내 주변 점포 매출액 감소로 평균 429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점포 한 곳 폐점으로 1374명의 직간접 고용이 감소하는 셈이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업계 침체를 가속화했다고 보고 있다.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2012년 3월부터 시행됐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을 침체시키는 역기능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순기능보다 더 크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소비자 465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휴무일에 어디에서 쇼핑하는지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으로의 유입은 5.81%에 불과했다. 반면 ‘아예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7%였다. 오히려 소비가 움츠러드는 상황이 빚어졌다. 유통산업과 전통시장 모두 살리기 위해서는 효과가 미미한 규제 중심의 접근 방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학회는 규제 일변도 대신 능동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전통시장 쪽은 규제가 전혀 무의미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도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홍보실장은 “유통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가장 늦은 곳이다 보니 ‘생존’의 차원에서 볼 필요도 있다”며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