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아이콘’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은… 트럼프, ‘보수’ 배럿 지명

입력 2020-09-28 04:06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를 공식 지명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연방대법관 지명을 강행하면서 여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선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CNN방송은 “공화당은 10월 셋째 주 배럿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29일 이전에 인준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배럿 지명자가 연방대법관에 임명되면 미국 역사상 5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또 1991년 임명 당시 43세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이후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배럿은 미 법조계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된다. 우파였던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법률 서기를 지낸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낙태 반대론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브렛 캐버노 판사를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할 때도 배럿을 후보군에 두고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럿이 대법관으로 들어가면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재편돼 보수쪽으로 크게 기울어지게 된다.

배럿 임명 이후 당장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배럿은 2012년 당시 오바마 케어를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판결을 비판한 적 있다. 연방대법원은 대선 직후인 11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오바마 케어에 대해 위헌소송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전국적인 낙태 합법화를 가져온 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는 데 앞장설지도 관심이다.

민주당은 긴즈버그의 후임 대법관은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배럿의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일단 배럿 지명자와의 만남을 거부한다는 계획이다. 배럿을 만나는 행동 자체가 인준을 위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세정 김지훈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