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대화·도시락 음식… 종갓집도 ‘언택트 추석’

입력 2020-09-28 04:07
석담(石潭) 이윤우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씨가 27일 경북 칠곡군 자택에서 조선시대 양반복장으로 딸과 컴퓨터 화상대화를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보배야, 이번 추석엔 고향에 안 내려와도 된다. 용돈만 보내고 꼭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도록 해라.”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씨는 추석을 나흘 앞둔 27일 컴퓨터를 이용해 화상대화를 하며 딸에게 이렇게 안부를 전했다. 그는 인천에 사는 작은 딸 이보배(37)씨와 사위 김민재(35)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추석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하며 경북 칠곡군의 ‘언택트 추석 캠페인’에 동참했다.

외손녀 김태은(5)양은 “외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나쁜 악당인 코로나가 물러나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라고 화답했다.

이씨는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아들과 큰 딸에게도 연락해 추석연휴 고향 방문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종갓집에서 함께 차례를 지내는 50여명의 종친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추석 당일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평소 명절이면 객지에 있는 자녀들과 함께 사당에 모신 10분의 조상을 위해 다섯 상의 차례 음식을 준비했다. 이번 추석은 자녀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이 씨 부부가 종갓집의 추석 차례상을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씨는 완곡한 만류에도 추석 당일 종가를 찾는 종친들을 위해서는 차례를 지내고 먹는 술과 음식인 음복을 도시락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추석 차례에 앞서 지난 25일 지낸 석담 이윤우 불천위 제사에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종친들에게 도시락을 나눠 줬다.

이씨는 “이번 추석이 코로나19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다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비록 명절이라도 가족이 모이지 않았다. 조상님들도 이번 상황만큼은 이해해 주실 것”이라며“언택트 추석 캠페인에 모든 국민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언택트 추석 캠페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비대면 추석 문화 확산을 위해 백선기 칠곡군수가 직접 기획했다. SNS에 고향방문과 모임을 자제하자는 내용이 담긴 글을 남기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챌린지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