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이 다음 달 26일로 3주 늦춰진 가운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장외 설전이 특허 침해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업계는 판결 지연으로 합의 시한이 늘어났지만 양사의 합의금 규모 격차가 워낙 커 막판까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LG화학은 27일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해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 요청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IT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서에서 OUII는 LG화학이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과 고의성을 인정했다.
OUII는 “ITC 수석판사가 LG화학 측의 ‘발명자 부적격으로 인한 특허 무효 주장’과 관련한 문서들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나 SK이노베이션은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는 증거 개시 절차 의무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LG화학이 주장하는 ‘발명자 부적격’ 항변과 관련 있는 문서와 정보들이 SK이노베이션의 문서 삭제 지시로 인해 지워졌을 것이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서류제출 기한이 OUII의 의견서 제출 기한과 겹쳐 SK이노베이션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제재요청서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11일 ITC에 제출했는데 같은 날 OUII의 의견서 제출이 이루어지면서 LG화학만의 주장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문서들은 그대로 있고, 해당 문서들은 소송과 무관한 자료”라며 “OUII가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의견서의 방향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모두 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6일 최종판결 예정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경력직 직원 채용 과정에서 기술 유출도 함께 이루어졌는지 여부다.
특허 침해 소송도 2건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ITC에 제소한 건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관련 부품·제조공정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같은 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분리막과 양극재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맞소송했다.
배터리 전쟁의 첫 번째 결과가 나오기까지 양측은 시간을 더 얻었지만 합의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LG화학은 수조원 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 수준의 합의금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확한 근거와 함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진정한 사과와 적정한 배상이 수반되면 합의의 문은 열려 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