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 이틀 뒤 대남 경고라니… 공동조사 꼭 관철시켜야

입력 2020-09-28 04:01
서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27일 북측에 공동 조사를 요청했다. 우리 국민이 북측에 의해 사살됐는데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동 조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피살과 관련한 남북 당국의 핵심 주장들이 다 달라서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공동 조사는 불가피하다. 공동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측의 일방통보식 조사 내용을 그대로 믿으라는 것밖에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북측 주장대로 피살된 국민은 ‘불법 침입자’이며, 도주하려다 사살된 셈이 된다. 또 상부 지시가 아니라 근무 준칙에 따라 경비정장의 결심으로 사살됐으며,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부유물만 태웠다는 주장이 굳어질 수 있다. 행여라도 북측 주장이 맞는다면 우리 군의 첩보 수집 능력이 순전 엉터리가 되는 꼴이라 이 역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북한이 공동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우리의 정당한 시신 수색 작업을 훼방 놓고 나서 개탄스럽다. 북측은 이날 우리의 수색 작업에 대해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한다”고 주장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을 것이다. 이틀 전만 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녘에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줘 대단히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북측이 일방적으로 그은 해상분계선을 근거로 남측의 시신 수색 활동조차 방해하고 나선 것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전형적인 이중적 행태다.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로 발생한 사건에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시신을 찾아주는 것은 인륜의 문제다. 최고지도자까지 사과했으면 시신 수색에 시비를 걸 게 아니라 한시적으로라도 인근 해역에서 공동 수색 작업을 펼치는 게 온당한 처사다.

야권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 추진,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등의 추가 조치를 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남북 간 벌어진 불행한 일로 국제기구까지 찾아가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할 것이나, 북측의 방해와 비협조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게 북측의 결단에 달린 것임을 명심하고 공동 조사와 유가족들을 위한 후속 조치 등에 적극 응할 것을 촉구한다. 청와대도 공동 조사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