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현종 2차장 극비 방미… 종전선언 논의했나

입력 2020-09-28 04:05
지난 7월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우리의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해 브리핑하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뉴시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극비리에 방문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는 김 차장의 방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김 차장의 이번 방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밝히기 직전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김 차장이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 연설 내용을 미리 설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당부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6일 “김 차장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워싱턴을 극비리에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 차장이 지난 2월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2박3일 일정이었는데, 이번은 4박5일 일정이었다”면서 “그만큼 논의할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나 한·미동맹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코로나19로 축소·연기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문제도 회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 이후로 연기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한국 초청 문제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중 갈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김 차장이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 인사 등을 면담하고 한·미 간 주요 현안 및 역내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며 “이번 방미를 통해 우리 측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 및 조야의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양자 현안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차장의 방미는 종전선언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