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첫 번째 TV 대선 토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달 정도 남은 선거판을 흔들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시험대에서 두 후보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후임 지명, 우편투표, 코로나19와 경제, 인종차별 시위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대선 결과로 3개의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첫째, 트럼프가 근소한 차이로 이겨 재선하는 시나리오인데 2016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득표수가 아닌 선거인단 확보수에 따라 결정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둘째, 그간 여론조사가 예측한 대로 바이든이 이겨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시나리오다. 셋째는 트럼프가 대선 패배 시 불복하고 연방대법원 판결로 선거 결과가 결정되는 시나리오다. 이미 트럼프는 우편투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복 가능성을 여러 번 시사했다.
놀라운 것은 필자가 몸담은 싱크탱크에서 비공개 회의 및 개별면담을 통해 교류하는 전문가와 외교정책 관계자들이 세 번째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우려한다는 점이다. 경합주 개표 결과를 놓고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대혼란 상황이 실제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민주주의 근간인 헌법을 흔드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편투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실제로 많은 미국인이 선거 당일 직접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거나, 사정상 우편투표를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우편용지를 관할기관에 제출하려 한다. 이번 선거만큼은 우편배달 과정에서 표가 유실되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자신의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역으로 선거 결과 불복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중요한 시사점은 대선 결과가 한국에 끼칠 영향이다. 물론 불복 시나리오는 미국 국내정치 상황으로 당장은 한국에 직접적 영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안보와 경제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한국은 미국 위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미국의 정치적 위기는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른 두 시나리오의 경우 한국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대선을 이유로 미뤄왔던 난제들을 2기 트럼프 행정부와 풀어나가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고,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올 경우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말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화웨이를 골자로 한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같은 미국의 주요 어젠다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상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권 초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친 위기 극복, 미국의 리더십 회복, 동맹 및 민주주의 가치 재건과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하므로, 북한 비핵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이 한국 민간인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권을 주요하게 다룰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어갈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은 임기 첫해 민주주의 국가들 간 정상회의를 개최해 중국을 포함한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한 바 있어 비핵화보다는 인권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관련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맞춤형 전략을 다각도로 고민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민하게 포지셔닝을 선점하는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오미연 미국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