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과 12일 주고받은 친서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주고받은 친서도 모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두 정상의 친서는 북한의 공무원 이모(47)씨 사살 이전에 주고받은 것으로 이번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다. 문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한 까닭은 최근 남북 정상 사이에 대화 기류가 있었고, 이번 사건이 돌발적 상황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 상황에서 집중호우 그리고 수차례 태풍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며 “나는 국무위원장께서 재난 현장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나흘 뒤인 12일 답신을 보내왔다.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면서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께와 남녘 동포들에게 가식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했다. 이어 “다시 한번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밝혀진 북한군의 우리 국민 사살 만행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15분가량 이어진 기념사에서 ‘북한’이란 단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미안하다’는 북한 측 통지문을 보고 나서 국군의 날 연설을 했다.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대목도 문 대통령이 직접 넣은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