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경비원에 갑질 못한다… 민생법안 70여건 국회 통과

입력 2020-09-25 04:05
여야 의원들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통받는 임차인을 위해 도입한 상가임대차보호법안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회가 24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했다.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임차인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상가임대차보호법과 함께 ‘제2의 최숙현’을 막기 위한 학교체육진흥법 등 70여개 민생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상가법 개정안을 재석 252명 중 찬성 224명, 반대 8명, 기권 20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 통과에 따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또 법 시행 후 6개월까지 임대료가 밀려도 임대인은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 개정안은 이달 중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일 즉시 시행된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여야는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최대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건물주가 소상공인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깎아주면 인하액의 50%를 소득세·법인세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정기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태 재발 방지법인 학교체육진흥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학교장은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학교 체육시설에 CCTV를 설치할 수 있고, 학생 선수와 운동부 지도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인권교육을 의무화한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수업 및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감독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등록금 반환 등을 놓고 혼란을 겪었던 교육 현장을 위한 법들도 통과됐다.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이다. 코로나19 같은 재난으로 학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대학이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대표와 학생 대표가 협의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등록금을 심의한다. 또 사립학교의 경우 재난 시 적립금을 학생 지원에 쓸 수 있도록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등 각종 성범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2차 가해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신원이나 사생활, 비밀을 누설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기존에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수준에서 처벌 수위를 다소 높였다.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막아 응급 환자를 사망케 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의 후속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119구조·구급법 개정을 통해 앞으로 구급차 운행을 방해하면 구급·구조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간주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구급·구조 행위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입주민 갑질에 노출된 경비원들도 보호를 받게 된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갑질’을 금지했다.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노동자들이 청소와 분리수거, 택배 관리 등 다른 업무도 병행하는 현실을 반영해 이를 경비원 업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유통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5년 연장해서 시행한다. 이 법안은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하고,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외에 한부모가족 지원을 확대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지금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는 한부모가족은 아동양육비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에 따라 중위소득 30% 이하인 경우 아동양육비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