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화장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이모(47)씨가 사전에 월북하려 한다는 이상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금전적인 문제로 상당히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친형은 국방부가 ‘월북’이라고 단정적으로 판단한 데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씨와 함께 근무한 직원은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전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월북 같은 이상(징후)은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종 당일인 지난 21일 이씨는 0시부터 조타실에서 동료와 함께 근무를 시작해 1시간30분 뒤 “문서작업을 하러 간다”며 조타실을 벗어났다고 한다. 이 동료는 오전 11시30분 점심시간에도 오지 않아 선박을 수색하다 낮 12시51분쯤 인천 중부해양경찰서에 실종 사실을 신고했다고 전했다.
서해어업지도관리단에 따르면 4개월 전 아내와 이혼한 이씨는 동료들로부터 2000만원 넘는 돈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료는 일부 직원이 이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고 급여 가압류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급여가 가압류되자) 이씨가 파산 신청을 하겠다는 말이 돌아 나는 빌려준 돈을 포기했다. 사채까지 썼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이씨 친형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부가 월북이 아닌데도 동생이 스스로 월북했다는 표현을 쓰는 바람에 사태가 아주 심각하다”면서 “타당한 근거가 (아직) 없는데도 월북을 단정짓는 바람에 잘못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중부해양경찰서는 이씨의 지갑과 기타 소지품,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당시 조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던 점 등을 들어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숨진 이씨는 전남 완도 출신으로 2012년 공무원 임용 전까지 국내의 한 수산업체에서 800t급 원양어선 선장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정창교 기자, 최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