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성진 (28) 갈라진 이 땅 하나 되는 날 꿈꾸며 기도의 집 마련

입력 2020-09-28 00:06
정성진 목사가 지난달 경기도 파주 ‘통일을 위한 기도의 집, 해마루 수도원’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은퇴 후 둥지를 튼 곳은 경기도 파주 해마루촌이다. 홀로 기거하며 기도하고 노동한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 기도한다. 갈라진 땅을 다시 이을 수 있는 건 주님의 능력뿐이다.

해마루촌은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다. 고양 일산보다 북한의 개성이 더 가까운 곳이다. 이곳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때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된 평화 마을이다. 20년 동안 적지 않은 주민이 세상을 떠나면서 나 같은 일반인도 입주할 수 있게 됐다.

60호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내가 머무는 집은 과거 서울의 한 교회 소유의 기도처였다. 세월이 흘러 결국 나에게 왔다. 평소 통일에 관심이 많아 ‘주빌리 통일 구국기도회’ 공동대표 겸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다. 은퇴 후 통일을 위한 기도의 집으로 꾸미기에 이만한 곳이 없었다. 나는 1997년 교회 내규를 만들면서 원로목사를 하지 않기로 해 은퇴하면 갈 교회가 없었다. 겸사겸사 해마루촌을 터전으로 삼는 게 좋다고 결론지었다.

덜컥 계약금을 건넸다. 하지만 중도금과 잔금 치를 돈이 없었다. 고민하며 기도하는 걸 안 30여명의 장로님과 여러 교인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셨다. 그 돈으로 지금의 이 공간을 마련했다.

기도의 집 이름은 ‘해마루광성교회’다. 내가 마음속으로 지은 이름은 ‘통일을 위한 기도의 집, 해마루 수도원’이다. 나는 이곳의 수도사다. 신학생 때부터 수도원 영성에 관심이 컸다. 서울장신대 졸업논문 주제가 베네딕트수도회였다.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학우회장을 할 때는 은성수도원 설립자 엄두섭 목사를 사경회 강사로 초청했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훗날 은성수도원이 장신대 경건훈련원이 됐다. 신학도일 때의 꿈을 은퇴 후 이룬 셈이다. 나는 이곳에서 소박하게 먹고 묵상하며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삶을 산다.

갈라진 나라가 하나가 되는 건 요원한 일이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통일을 향한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이후에 점진적인 통일의 길로 갈 것이다.

국민 모두가 나서서 통일을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기도하는 것이다. 기도로 평화통일의 탑을 쌓는 사명이 우리에게 맡겨졌다. 해마루, 이 기도의 집에는 그동안 수집한 세계 여러 나라의 십자가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 작가가 만든 십자가도 있다. 나는 십자가를 좋아한다. 십자가가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인간과 하나님이 화해한 증거가 아닌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뒤 잔혹했던 사형 틀이 변해 화해와 사랑의 도구가 됐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가 평화의 사도가 돼야 한다. 갈라진 이 땅이 하나 되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무릎을 꿇는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