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누워있는 것을 좋아했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국을 끓이고, 밥을 푸는 것이 귀찮아 누가 차려주지 않으면 종일 굶었다. 외출은 내게 큰 결단이었다. 대학이 지척이었지만 강의시간엔 매일 지각이었고, 과제도 기간을 넘겨 겨우 제출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인간관계도 엉망이 된 나에게 동생은 ‘어디 가서 창피해 언니 얘기를 못하겠어’ 했고 부모님은 매일 속 터진다며 속상해 하셨다.
어느날 도저히 더 이상 못 보겠다는 어머니를 따라 바람도 쐴 겸 동생과 함께 한마음교회에 갔다. 내 또래의 청년들이 뜨겁게 찬양하고 기쁘게 말씀으로 교제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들었지?’ 하며 새로운 마음을 다졌다. 작은교회 지체들과 캠퍼스 전도에도 함께하다보니 쉴 시간이 없었다.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아 쉬고 싶다.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눈앞에 있는 지체도, 맡겨주신 영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나와 달리 지체들은 복음을 전하며 날마다 기쁘게 살았다. 그때 목사님께서 ‘사람의 변화는 오직 복음으로 된다. 복음은 오직 요나의 표적밖에는 없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복음으로 된다고? 그럼 내가 아는 복음과 저들의 복음은 뭐가 다른 거지?’ 그때부터 심각하게 복음을 고민했다. 그러다 주일예배 때 물이 포도주가 되고, 물 위를 걷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등 표적을 보여줘도 예수님을 믿지 못했던 제자들을 말씀하셨다. ‘어떻게 저걸 보여줘도 제자들은 믿지 못했지?’ 제자들이 믿지 못했던 이유가 궁금해 4복음서를 다시 살펴보다가 요한복음 9장에 딱 멈추었다. 드디어 내 문제의 답을 찾은 것이다.
예수님께서 38년 된 맹인의 눈을 고쳐주었을 때 맹인은 ‘예수라 하는 그 사람이 고쳐줬다’고 이웃사람들에게 말했다. ‘예수라 하는 그 사람?’ 평생 못 보던 눈을 고쳤는데도 예수님이 누구신지 믿지 못한 맹인, 그때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성경과 예수의 하신 말씀을 믿었더라’는 요한복음 2장 22절 말씀이 비춰지며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증거는 부활밖에 없음을 알게 됐다. 부활의 확증으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고 나의 주인이심이 선명해지자 내 죄가 선명히 보였다. 종일 누워 ‘기도 했잖아요. 말씀 봤잖아요’ 하고 따지며 내가 주인 되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짓밟고 있는 실상이 보이자 통곡만 나왔다. ‘하나님 죄송해요. 그동안 예수님을 믿지 않고 제가 주인 되어 살아왔어요. 예수님만이 저의 주인이십니다.’ 그렇게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셨다.
예수님 안에 있는 평강과 기쁨이 나를 붙잡으니 교회 지체들을 위해 밥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하는 상상 못할 변화가 일어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인이 바뀌고 삶이 변하니 처음 교회에 왔을 때 ‘저들은 뭐가 저렇게 기쁠까?’ 하던 그 기쁨이 내 기쁨이 됐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을 받고 영혼을 보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자 하나님께서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인 학교 전체를 내게 선물로 주셨다. 대학교에 기독교 연합동아리를 세워 동아리 회장까지 맡겨주신 것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귀찮아한 내가, 다른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는 삶은 너무 신났다. 앞으로 주님 만나는 그날까지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하며 사명을 감당할 것이다.
이하은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