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부터 나온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도 모르겠고, 쌓여 있는 물건을 보면 좀처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시작이 쉽지 않다. 지난달부터 결심했던 방 정리는 이번 주말에도 결국 미뤄진다.
tvN 예능 ‘신박한 정리’는 정리하겠다고 매번 결심하지만 매번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방송이다. 매주 의뢰인이 실제 거주하는 집을 찾아가 정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순한 포맷이다. 프로그램 콘셉트를 제안한 ‘정리의 달인’ 배우 신애라와 소장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알려진 개그우먼 박나래, 1회 의뢰인이었던 배우 윤균상이 ‘정리단’으로 활약한다.
정리만 할 뿐인데, 정말 삶이 바뀔까. ‘신박한 정리’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청소와 혼용된 정리 개념을 바로 세우는 게 먼저다. 정리를 위해 선행할 것이 수납장 구매가 아닌 물건 비우기라는 점도 강조한다. 가장 공들이는 장면은 ‘필요’ ‘욕망’ 등으로 항목을 구분한 물건들을 비워내는 순간이다. 남길 것을 남기고, 나눌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할 때 비로소 ‘진짜’ 정리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총 12명의 의뢰인이 ‘신박한 정리’의 맛을 봤다. 1인 가구부터 5인 가구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이 정리 대상으로 등장했다. 출연자마다 주거 형태와 방식이 다른 만큼, 시청자가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각자의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출연자의 생활 공간을 다루며 자연스럽게 그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흐름도 흥미롭다. 출연자가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거나, 정리하기 어려웠던 배경을 귀띔할 때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사연에 공감하고 감동한다.
정리 후 새로워진 공간을 공개하는 순간은 ‘신박한 정리’의 백미다. 이미 존재했지만 제대로 쓰지 못했던 수납장과 도구를 이용해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을 출연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물건을 걷어내고 가구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그 덕분에 출연자의 삶까지 바뀔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의뢰인의 집을 바꿔주는 건 익숙한 예능 포맷이다. 인테리어를 드라마틱하게 바꿔주는 예능도 있었고, 최근엔 집을 찾아주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정리 팁을 일러주고 있다. ‘신박한 정리’가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당장 실행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정리 방법을 출연자의 ‘진짜’ 생활 안에서 펼쳐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새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 하겠지만, 물건을 꺼내 정리할 것을 찾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다.
‘신박한 정리’는 이제 막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인 만큼 고치거나 더할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당신의 집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명확한 메시지와 유용한 정보, 그리고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이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놀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에 기뻐하는 의뢰인을 보고 있으면, 이번 주말엔 미루지 말고 쌓아둔 물건을 꺼내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주거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은 시기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생활공간의 정리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 바로 지금, ‘신박한 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인세현 쿠키뉴스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