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회식 업무추진비 안 썼다고 감사한 공공기관

입력 2020-09-24 04:02 수정 2020-10-06 18:22

청와대가 최근 공직 기강 확립을 선언한 가운데 도를 넘어선 일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한 공공기관은 “회식 자리 참석이 친화력”이라며 업무추진비를 반납했다는 이유로 감사했고,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조직적으로 휴가를 다녀온 뒤 휴가결재를 취소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일보가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서 확인한 한국국토정보공사(LX) 내부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정보공사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8월 자체 감사에서 강원지역본부 내 4개 지사가 지난해 사용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자료에는 기관별 업무추진비 예산 약 200만원 가운데 50% 이내 범위에서 기관운영비 명목으로 내부직원 격려, 간담회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직원과의 소통 활동을 소홀히 했다고 나왔다. 반납 액수는 100만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지사에 대한 감사의 근거로 든 내용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정보공사 인권경영추진부는 조직문화와 관련해 ‘회식 자리 참석이 친화력으로 평가되느냐’는 질문이 포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응답자 1125명 중 501명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절반이 채 안 되는 응답이었지만, 감사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회식 자리 참석이 친화력이다’라는 LX의 조직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꼭 회식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직원을 격려하거나 소통할 수 있었을 텐데 절반 이상의 예산을 반납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공공기관 특성상 편성된 예산을 반납하면 ‘페널티(불이익)’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조직 문화’를 앞세워 업무추진비 사용 해소를 촉구하는 것 자체가 공기업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조직적인 ‘휴가 조작’을 했던 직원들이 내부 감사로 적발되기도 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감사자료에 따르면 한전 김해지사 소속 A차장은 부서원이 휴가를 다녀온 뒤 휴가 결재를 반려하거나 취소하는 방식으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77회에 걸쳐 58일의 휴가 일수를 소진하지 않게 했다. A차장의 지시에 따라 일부 직원들은 최대 21일에 달하는 휴가를 휴가 처리하지 않고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추후 얼마든지 더 많은 휴가를 갈 수 있게 된 셈이다. 한전은 “휴가 조작에 가담한 직원 5명에 대해 최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휴가 미처리 내역을 모두 정상화했다”며 “다만 이들이 연차보상비를 부당 수령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11일 국무총리실, 감사원과 함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감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신재희 이종선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