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빠진 소문난 잔치… 혹평 쏟아져

입력 2020-09-24 04:03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외부에서 열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전기차 값을 좌우하는 배터리 가격 절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혹평 속에 막을 내렸다. 미래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 배터리 혁신 기술이 소개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가 불분명한 계획을 내비쳐 괜한 의구심만 증폭시켰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외부에서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코로나19 등 문제로 4월에서 7월로, 이후 이달 15일에서 22일로 네 차례나 미뤄진 끝에 자동차 극장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자자 240명이 현장에 참석했고, 온라인 생중계가 이뤄진 유튜브 채널에 약 27만명의 동시접속자가 몰려 관심을 실감케 했다.

눈길을 끈 내용을 굳이 꼽자면 배터리 값 절감 및 완전자율주행 개발 계획 정도였다. 하지만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전고체 배터리나 100만 마일(약 160만㎞) 배터리처럼 주행거리, 수명 등의 획기적 변화를 줄 수 있는 혁신기술은 소개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4680 원통형 배터리’의 개발 소식을 전했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3~4년 내 배터리 값을 56% 내리겠다. 주행거리는 54% 늘어날 것”이라며 “18개월 뒤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규격을 지름 46㎜, 높이 80㎜로 확대하고 제조공정을 개선해 기존 대비 용량을 5배, 출력은 6배 높은 배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곁들였다.

또 그는 “8개의 카메라로 3D입체 영상을 통한 분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한 달 내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비공개 베타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2.5레벨 수준으로 평가받는 기존 테슬라 주행보조시스템(오토파일럿)의 업그레이드를 시사한 셈이다.

테슬라의 이날 발표는 그간 밝혀온 전략을 재차 확인하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언급된 내용은 2030년까지의 장기 계획 위주였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미 2024년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값이 같아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배터리 값 절감 계획에는 무엇이 혁신인지 설명이 없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통상 가격 절감은 배터리 셀 대량생산으로 달성된다. 이날 발표된 건식 공정, 실리콘 음극재 등이 어떻게 가격 절감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완전자율주행도 사람의 개입 없이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레벨5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완전자율주행은 이미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지만 완성도나 신뢰도, 안전, 자율주행에 대한 판단 능력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테슬라는 내부 통신망 개선을 통한 주행보조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인 수준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신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AP통신은 “투자자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저 몇 가지 점진적인 기술의 개선책만 제시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반영하듯 테슬라의 주가도 폭락했다. 행사 직전에는 5.6%, 시간외 거래에서도 6.84%가 떨어져 시가총액 기준 200억 달러(약 23조원)가 사라졌다.

박구인 권민지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