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원에 여당 편 들라는데 공정성 지켜지겠는가

입력 2020-09-24 04:05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원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기관까지 이런 시비에 휘말리니 앞으로 선관위 사무를 놓고 보혁 진영이 사사건건 부딪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22일 조성대 선관위원 후보자 청문회에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소지가 역력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나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를 향해 “여당이 추천했으니 여당에 불리한, 혹은 공정하지 않은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하게 할 임무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관위원이 되면 여당 편을 들라고 압박한 것이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장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친여 활동을 요구해도 되는 것인지 아연할 따름이다.

헌법 114조에 따르면 선관위는 선거 관리와 정당 사무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설치됐다. 그래서 선관위원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고, 외부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도록 6년의 긴 임기를 보장하며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지 않는 한 파면할 수 없게 했다. 전체 9명 중 3명을 국회가 추천하지만, 본회의에서 여야 투표로 선출된 뒤부터는 추천 정당과 상관없이 중립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데도 여당 편을 들라 하니 같은 당 소속의 금태섭 전 의원조차 “이런 세상이 됐구나”라고 탄식을 쏟아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조 후보자부터 너무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과거에 그는 드루킹 사건은 ‘선거 브로커의 악의적 접근’ 때문에 생겼고,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발표는 ‘개그’라고 했다. 조국 사태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니 선관위원을 할 게 아니라 정치를 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여당이 자초한 셈이다. 애초 선관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더 중립적인 인사를 추천했어야 옳다.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후보자 추천 시 우선적으로 균형감각을 충분히 갖춘 인사를 물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