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추미애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무이탈 의혹’ 사건 수사가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착수 8개월여 만에 서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서씨의 휴가 연장을 위해 군 관계자에게 전화한 추 장관 전 보좌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방부 내부 문건에 ‘서씨의 부모님 민원’으로 적힌 부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 민원실 외에 민원 경로로 활용될 만한 다른 창구들의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대조한 뒤 조만간 사법처리 대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곤)는 전날 서씨의 근무지인 전북 전주의 프로축구단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19일엔 서씨의 상급부대 지원장교 김모 대위의 군부대 사무실과 주거지, 최모 전 보좌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김 대위는 서씨의 휴가 미복귀 사태가 터진 2017년 6월 25일 당직사병 현모씨에게 휴가 연장 처리를 지시한 인물이다. 최씨는 서씨의 휴가 연장을 위해 김 대위에게 청탁성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압수수색은 서씨의 휴가가 연장되는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려는 강제수사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뒷북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핵심 당사자인 서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제 와서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군양주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국방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8~9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검찰은 국방부 내부 문건에 서씨의 2차 병가 시작일인 2017년 6월 15일 ‘부모님 민원’으로 적힌 부분의 사실관계도 파악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민원실 녹취 파일에서 추 장관 부부와 관련된 기록을 찾지 못했다. 검찰은 1000여건이 넘는 1주일 치 녹취 파일을 확보해 일일이 확인해 왔다. 다만 검찰은 국방부 민원실 이외의 창구에 서씨의 휴가 연장과 연관된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다른 경로를 분석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국민신문고, 우편, 이메일 등으로도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검찰은 주한미군에 군 회선 통화 내역에 대한 자료도 요청해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 확인을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조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실제 추 장관 부부가 직접 민원 했을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추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아들이 저희가 민원을 넣은 줄 알고 착각해 그런(면담일지에 부모님이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이 실린 것”이라고 답했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며 “서씨 휴가 연장과 관련해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했다” “신상을 기록해야 한다고 하니 이름을 이야기했는데 확인해 보니 (이름이) 추 장관 남편분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며 “(민원 기록이) 진짜 없는 건지, 중간에 어떻게 된 건지는 언젠가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휴가 미복귀’ 의혹에 맞춰져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청탁 의혹을 제기한 이모 전 대령의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조계는 파견 수사인력들의 기한이 1개월인 점에 비춰 추석 연휴 전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추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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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승은 최지웅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