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증거인멸의 교사(敎唆)범인가, 아니면 공동정범인가.”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받은 공통 질문이다.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여부는 증거인멸 혐의의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다. 형법은 자기 형사사건의 증거를 직접 인멸하는 행위(공동정범)는 방어권 보호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사건이라도 타인을 시켜 증거를 없애는 행위(교사범)는 국가의 사법권을 적극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조씨는 지난해 8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회사 직원들을 시켜 웅동학원 관련 문서 등을 파쇄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지난 5월 27일 공판에서 “직원들이 서류를 옮기고 파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거로 보인다”며 “조씨가 증거인멸의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결국 이 재판부는 “조권은 증거인멸 행위의 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공동정범”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쟁점은 정 교수 재판에서도 반복됐다. 정 교수의 공소사실 중에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는 출자자에게 투자처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 등을 코링크PE 직원들을 통해 뒤늦게 펀드운용현황보고서에 포함시킨 혐의(증거위조교사)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지난 6월 18일 검찰에 “정 교수가 (증거위조의)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알려 달라”며 관련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씨 재판부처럼 ‘증거인멸의 공동정범은 무죄’라는 법리를 짚은 것이다.
검찰은 지난 6월 23일 정 교수를 증거위조의 교사범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조씨의 증거인멸 사안과 달리 정 교수는 실제 인멸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여한 공동정범으로 볼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의 1심에서 정 교수와 공모해 증거인멸교사 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 점, 자산관리인 김모씨 1심에서 정 교수 지시를 전제로 증거은닉 유죄 선고가 나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남은 재판 일정을 미뤄 달라”는 취지의 공판기일변경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는 지난 17일 법정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었다. 정 교수에 대한 1심 선고는 올해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변수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