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밀턴’은 2015년 1월 브로드웨이의 리처드 로저스 극장에서 프리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도대체 기대에 부응하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요원했다. 티켓을 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맞춰 티켓대행사는 재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공식 암표 시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최고 200달러 미만의 액수대로의 티켓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이 작품을 모든 미국의 학생들이 보기를 원한다고 했지만 공립학교 바우처는 한 회 40명으로 제한됐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해밀턴을 영상으로 방영한 것은 디즈니 플러스다. 디즈니는 이 작품의 전 세계 배급권을 7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당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찍어 뒀던 필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부분의 프로덕션이 기록용 필름을 남기지만 상업적인 마인드가 탁월하기로 유명한 제프리 셀러가 붙으면서 더욱 철저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뉴욕까지 가지 않고도 안방에 앉아서 섬세하게 볼 기회를 잡았다. 그것도 단돈 몇십 달러로. 디즈니 플러스 앱은 이 작품이 공개된 그 주에만 무려 26만6084번 다운로드됐다. 그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NBC, ABC 등의 채널에서 경쟁적으로 브로드웨이의 화제작들을 콘서트나 실황중계 방식으로 방영하며 인기를 끌었던 전적이 디즈니 플러스를 투자할 수 있게 한 기반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전 세계에서 볼 수 있게 한다는 야심은 오래된 제작자들의 버킷 리스트다. 그중에서 브로드웨이HD사를 세운 스튜어트 레인과 보니 콤리 부부는 일찌감치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작권이 다양하게 얽힌 데다 수익은 미래에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을 바꾼 것은 코로나19다. 미국 전역의 공연이 멈췄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공연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디즈니나 넷플릭스에 비하면 브로드웨이HD나 브로드웨이온디멘드 같은 회사는 작다. 그들에게는 해밀턴의 전 세계에 방영 판권을 사기 위해 7500만 달러를 투자할 능력이 없다. 디즈니는 ‘해밀턴’의 욕설을 여기저기에서 삭제해 욕을 먹었지만 덕분에 등급을 떨어트려 큰돈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킨들 이북 시장을 운영하던 아마존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누구도 외면하지 못할 조건을 들이밀었다. 학생이면 아마존 프라임을 6개월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밀턴’처럼 정교한 필름 워크는 없지만 가장 많은 작품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는 ‘집콕 문화생활’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국공립 사이트의 스트리밍 공연, 전시 등을 안내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자료에 더해서 최근의 지원 중 가장 큰 파이는 스트리밍을 위한 영상제작이다. 관객을 앞에 둔 공연이 어려운 시기에, 무대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실제 작품 제작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미 연습과 제작에 들어갔으나 공연이 요원한 작품에는 도움이 될만한 지원이다. ‘해밀턴’의 영상 제작비는 거의 영화 한 편 제작비에 버금가는 비용이 들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결과물과 비교하며 같은 선상에 두고 세계로의 영상 진출과 수입은 말 그대로 꿈이겠지만 첫걸음은 중요한 법이다. 개런티와 저작권 문제도 있다. 미국의 배우 노조와 무대디자인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이 문을 닫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이에 대응하는 특별계약서를 내놓았다. 브로드웨이 영상물의 특징은,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에 집중하여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 없어서 답답한 느낌을 주는데 ‘해밀턴’도 예외가 아니다. 때문에 1막과 2막의 섬세한 무대 세트의 변화를 관객은 거의 알아챌 수가 없다. 무대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배우의 초상권과 달리 무대디자인의 독보성은 유출되면 끝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쓴다. 영상제작 지원은 훌륭하나 저작권을 세세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돈도 안 되는데 저작권이 웬 말이냐고 한다면, 안 되니까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