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한 ‘한걸음 모델’의 성과물이 나오면서 타다 사태 이후 낡은 규제에 옥죄였던 신사업 분야에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한걸음 모델이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정부가 중재하는 상생 합의 모델을 말한다. 이해관계 충돌로 중단됐던 ‘농어촌 빈집 숙박 사업’은 한걸음 모델 가동 3개월 만에 재개가 가능해졌다. 다른 규제 개선책보다 속도감 있다는 업계의 호평이 뒤따른다. 다만 창업 생태계를 고려해 미세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21일 혁신성장전략회의를 통해 발표한 농어촌 빈집 숙박 사업 상생안은 50채 이내, 연간 영업일수 300일 이내라는 제한이 달렸다. 영업이 가능한 지자체도 5곳으로 한정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해 당사자인 민박 업계와 신사업 모델로 창업했던 ‘다자요’ 간 중재를 통해 절충안이 나왔다.
기존과는 다른 한걸음 모델의 업무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주도로 지난 7월 1일 첫 협의를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매월 2~3차례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다. 간헐적으로 열리는 규제 샌드박스 심의보다 빠른 논의로 신속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전문가 그룹이 모여 특정 사안에 해법을 제시하는 대통령 직속 각종 위원회와도 대비된다. 일례로 일자리위원회와 같은 경우 수개월에 한 번 전체회의가 열린다. 코로나19 이후 시시각각 변하는 일자리 상황에 적합한 대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보완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어촌 빈집 숙박 사업과 같은 시기 과제로 올라온 ‘도심 공유숙박’과 ‘산림관광’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논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산업을 추진하려는 사업체의 생명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규제 개선 이후 사업 재개를 지원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정부의 창업 기업 지원책은 설립 기간에 따라 혜택이 다르다. 일례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성장공유형 대출은 창업한 지 3년 이내 기업과 3~7년 된 기업의 금리를 차등한다. 규제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 기간까지 창업 기간으로 규정할 경우 규제 완화 이후 자금을 끌어오는 데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22일 “규제 해소를 위해 정부 심의를 받는 기간이라도 업력에서 제외해주면 창업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