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사진)이 8년 만에 신작 시집을 들고 돌아왔다. 2017년 창작활동을 재개한 후 처음으로 시집을 엮었다.
안도현은 22일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출간 간담회에서 “첫 시집을 내는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소 긴 시집 제목은 짧게 쓴 시를 연작시처럼 쓴 시 ‘식물도감’의 시구에서 따왔다. 안도현은 “시간이 갈수록 식물이라는 게 사람 못지않다는 생각을 한다”며 “전에 갔던 변산반도 펜션에 2층까지 능소화가 피어 있는데, 마치 작은 악기를 하나 걸어놓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도현은 2013년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도 않고 발표하지도 않겠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2017년 ‘그릇’ ‘뒤척인다’를 쓰며 시작 활동을 재개했다. 절필과 관련해 안도현은 “휴식시간을 보내고 나니 시에 대해 약간 욕심도 덜 부리게 되고, 뭐든지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또 “시를 쓰면서 세상에 대해 바라던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세상은 움직이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 나 혼자 조바심 내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를 처음 쓰던 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점으로는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꼽았다. 안도현은 “80년대 시를 쓰는 내 머릿속엔 민주화, 통일, 노동해방 이런 개념이 너무 많이 있었다”며 “(지금은) 좀더 작고 느리고 이런 것의 가치를 시로 써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신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많이 때려 주시라. 시집이 앞으로 좀더 좋은 시를 쓰겠다는 약속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