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은하수교, 은하수로 비상 꿈꾸는 한탄강 두루미

입력 2020-09-23 20:52 수정 2020-09-23 21:05
밤하늘 은하수가 흐르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와 갈말읍 상사리 사이 한탄강 협곡 위에 두루미 형상의 날렵한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가 우뚝하다. 철원군의 한탄강 랜드마크로 25일 임시개통될 예정이다. 다리 오른쪽이 송대소다.

한탄강(漢灘江)은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과 함경남도 안변 사이 해발 590m의 추가령에서 발원해 원산과 서울 사이 좁고 긴 골짜기인 추가령구조곡을 따라 136㎞를 흘러 경기도 연천군 전곡에서 임진강에 합류한다. 남과 북을 달리던 도로와 철로는 끊긴 지 오래지만 한탄강은 여전히 휴전선을 가로질러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다. 남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강원도 철원이다.

한탄강에 얽힌 사연이 여럿이다. 철원에 도읍을 정했던 태봉국 궁예가 남쪽으로 내려가 후백제와 전쟁을 치르고 돌아오면서 이 강가에서 좀먹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검은 돌을 보고 ‘내 운명이 다했구나’라고 한탄(恨歎)을 했다고 한다. 또 8·15 광복 후 북에서 남으로 넘어오던 피난민들은 이 강에서 길이 막혔고, 이어 6·25전쟁 때 수많은 젊은 생명이 스러져간 곳이라 해서 한탄강이라 불렸다는 슬픈 내력도 있다. ‘연천군지’에 따르면 한탄강은 본래 한여울, 즉 ‘큰 여울’(大灘)이라 불렸다고 기록돼 있다. ‘한’(漢)은 ‘은하수’를 뜻하는 말로, ‘크다·맑다·아름답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탄강은 화산 폭발로 생긴 용암 대지의 푹 꺼져버린 골짜기로 흐른다. 수직으로 된 절벽과 협곡이 직탕폭포·송대소·고석정·순담계곡 등 절경을 빚어냈다. ‘자연이 빚은 지질자원의 보고(寶庫)’인 한탄강 일대가 지난 7월 국내 네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철원에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명소가 생긴다.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The galaxy bridge)’가 25일 임시개통된 뒤 다음달 8일 준공될 계획이다. 철원 9경 중의 하나인 송대소 주상절리 협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180m, 폭 3m로 1주탑 비대칭 현수교(보도교)다. 주탑은 높이 54m로 철원군의 상징인 두루미를 형상화해 했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모습이다.

다리의 바닥은 격자형 강철 소재로 만들어져 구멍 사이로 35m 아래 강물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특히 중간 부분 100m, 폭 1m의 강화유리 바닥은 아찔함을 더한다. 다리에 서면 한탄강을 따라 형성된 천혜의 자원인 주상절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직탕폭포의 장쾌한 물줄기.

은하수교에서 상류 쪽으로 한탄강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송대소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깎아지른 듯한 30여m의 적벽(赤壁) 주상절리가 양옆으로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거대한 현무암 기암절벽에는 결대로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들이 촘촘하다. 그 옆에서 직탕폭포를 거칠게 지나온 물길이 잠시 숨을 고른다.

직탕폭포는 송대소 상류 300여m 지점에 있다. 폭이 80m지만 높이는 2~3m 남짓이다. 높지 않지만 옆으로 긴 폭포여서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린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북한이 시공하고 남한이 완공해 절반씩 다른 구조를 지닌 승일교.

송대소에서 하류로 내려가면 승일교(昇日橋)가 있다. 영화 속 ‘콰이강의 다리’를 연상케 하는 아치형 다리는 광복 직후 김일성 치하에서 시공돼 휴전 직후 이승만 치하에서 완공됐다고 한다. 다리의 구조가 절반을 경계로 해 서로 다르다.

승일교 하류에는 고석정(孤石亭)이 있다. 몇 그루 소나무를 머리에 이고 강 가운데 우뚝 선 바위섬이 인상적이다. 안내판에는 신라의 진평왕도, 고려의 충숙왕도 다녀갔다고 적혀 있다.

여행메모

구리~포천 고속도·43번 국도 이용
폭우 피해 한탄강 주상절리길 통제

세종포천고속도로 구리~포천 구간이 2017년 개통되면서 강원도 철원 가는 길이 빠르고 편해졌다. 남구리나들목에서 경기도 포천시 신북나들목까지 40분 거리다. 여기서 43번 국도를 타고 40분을 더 가면 철원군청이다. 동서울터미널과 수유리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거나 열차를 타고 백마고지역에 내려도 된다.

자가용을 이용해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로 가려면 ‘은하수 카페’를 찾아가면 된다. 바로 옆에 한탄강이 흐르고 협곡을 가르는 출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맛집으로는 신철원에서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철원막국수가 첫손으로 꼽힌다. 동송읍에 위치한 내대막국수도 맛집으로 소문났다. 40년 전통의 내대막국수는 새콤달콤한 육수와 거칠게 느껴지는 면발이 특징이다.

최근 태풍과 폭우로 한탄강 주상절리길 곳곳이 끊겼다. 비무장지대(DMZ) 안보관광과 생태관광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