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합의 반갑지만 누더기 인상 주는 4차 추경

입력 2020-09-23 04:02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22일 합의했다. 원 구성 때부터 대립해온 여야가 모처럼 합의에 이른 것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추석 전 긴급지원을 위해 설정했던 추경 처리 시한을 지킨 부분 역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 달리 여야가 조정한 추경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이번 추경의 당초 취지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통이 가중된 업종과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었으나, 소득 수준과 취업 여부를 따지지 않는 보편적 지원 성격의 항목이 다수 포함됐다. 여당과 제1야당이 각각 주장해온 항목들이 무원칙하게 혼합해 여야가 서로 체면을 살리려 짜깁기했다는 인상을 준다.

첨예한 논란을 빚었던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청년과 노령층으로 대상을 축소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전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게 선심성이고 투자승수 효과도 불분명하다면 아예 항목을 없애고 재원을 다른 긴급한 곳으로 돌리는 게 옳다. 어정쩡하게 조정하다 보니 맞춤형 지원이란 원칙이 갈 곳을 잃었고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던 명분도 무색해졌다.

야당이 주장했던 전 국민 무료 독감백신 접종도 취약계층 105만명을 추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방역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제외하는 게 마땅한데 찔끔 반영돼 통신비와 무료 접종 사이 주고받기식 합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교로 인한 학부모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금 대상을 중학생까지 확대한 것도 사실상 재원 전액을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는 이번 추경에 포함할 만큼 긴급성이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아쉬움이 남지만 추경안이 예상외로 속히 처리됐으니 이제는 추경 집행에 만전을 기할 때다. 정부는 한계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새희망자금 지원이나 특수고용직 등에 대한 긴급고용안정 지원, 이번에 새로 포함된 법인택시 운전자나 유흥주점과 콜라텍에 대한 지원 등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