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논란에 휩싸인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 주가가 창업자 사임 소식에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19% 폭락하자 ‘서학개미’(해외주식을 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니콜라 주식 보유 규모는 1억5000만 달러(1700억여원) 정도다. 이날 하루 동안 손실 규모만 300억원이 넘는다. 니콜라 주가는 6월 초 한때 79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거품 논란 등으로 꾸준히 하락해 고점의 약 3분의 1 수준인 27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따라서 그동안 니콜라에 투자한 서학개미의 손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의 투자 열풍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애플, 테슬라, 아마존닷컴 등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패닉장 이후 급등하던 이들 주가는 최근 들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서학개미들 중에는 신용융자까지 받으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신조어)해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해외주식의 경우 관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기업가치보다 과잉상승한 주식도 많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증권사들은 추가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과 함께 높은 수수료 등 수익성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해외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무분별한 해외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볼 경우 자칫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또 풍부한 유동성이 그나마 국내 기업 활성화에 이바지해야 하는데,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궁극적으로는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서학개미들의 투자와 관련해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엄격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사설] 금융당국, 서학개미들의 ‘묻지마 투자’ 부작용 살펴야
입력 2020-09-2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