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도요토미 히데요시

입력 2020-09-23 04:02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삼영걸(三英傑·세 영웅호걸)은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전국시대 혼란을 종식시킨 이들은 스타일이 각기 달랐다. “새가 울지 않으면 노부나가는 새의 목을 베고, 히데요시는 어떻게든 새가 울게 만들며,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대로 성격이 불같은 노부나가는 전국 통일의 대업을 앞두고 일찍 죽었고,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시대를 묵묵히 견뎌낸 이에야스가 최후의 승자가 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는 아베 신조 정권 2인자 시절에는 히데요시를 보좌했던 동생 히데나가를 롤모델로 꼽았다가 총리 등극 직전에는 “지금은 히데요시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숨겨왔던 야심을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 왜 하필 히데요시일까.

히데요시는 스가 총리가 감정이입을 할 구석이 많다. 하급 무사의 아들이었던 히데요시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신분 상승을 이뤄냈다. 노부나가의 수하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노부나가가 암살당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복수하면서 후계자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스가 총리도 맨몸으로 총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딸기 농장주로 지방 유지였던 아버지에게 반발해 고교 졸업 후 상경, 종이상자 공장에서 일하다 학비가 싼 호세이대학에 진학했고 이 학교 출신 정치인의 비서가 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히데요시는 “어떻게든 새가 울게 만든다”는 말처럼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적 정치가였다. 스가 총리는 좋아하는 책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꼽으며 이 책의 문구를 자주 인용했다.

히데요시는 말년에 조선을 침공(임진왜란·정유재란)했기에 한국인에게 무도한 악당으로 각인됐다. 그는 자기 능력을 과신해 무모한 전쟁에 나섰고, 결국 그 전쟁의 실패로 인해 정권을 존속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내 힘으로 올라갔다’는 자부심이 큰 스가 총리가 혹시나 히데요시의 과욕과 오판까지 닮고자 할까봐 걱정된다.

천지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