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전이성 유방암 완치율 27%… 암 유형별 치료제 선택 중요

입력 2020-10-04 17:18 수정 2020-10-04 20:03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오른쪽)가 최근 전이성 유방암 진단을 받은 한 중년 여성 환자에게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지 치료방향과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우리나라 여성암 1위는 바로 유방암이다. 2017년 말 기준 한 해 신규 발생 환자 수는 2만2300명이었다. 국가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이는 최근 10년 사이 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암 환자들이 투병생활 중 가장 두려운 순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유방암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비교적 다른 암에 비해 조기 발견 비율이 높고 완치율이 높다곤 해도 치료에 제약이 많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겐 사망진단과 같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완치율)은 93%에 육박한다. 하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완치율이 약 27%에 불과하다. 유방암의 조기진단율 향상은 물론, 전이성 유방암 극복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 경험이 많은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의 도움말로 전이성 유방암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강 교수는 현재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임상과장과 임상시험센터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년간 미국의 노바티스 바이오메디컬 연구소를 방문, 최신 항암제 및 표적치료제 개발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Q. 유방암은 왜 전이와 재발이 잦은가?

A. 유방암은 5년이 지나도 완치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이는 완치율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치료 후 10년이 지나서도 재발할 위험성이 5%나 되기 때문이다.

유방암은 전반적으로 진행이 느린 편이다. 여성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제를 사용하게 되면 치료 중 암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는(비활동) 특징이 있다.

하지만 통상적인 암 치료를 마친 뒤, 혹은 암 치료 중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숨어있던 암세포가 갑자기 활성화되어 재발하는 경우가 있는 게 유방암이기도 하다.

Q. 유방암 전이가 가장 많은 부위는?

A. 전이는 신체 내 모든 장기에서 일어날 수 있다. 림프계를 따라 겨드랑이와 쇄골 부위, 흉골 아래쪽 림프절로 국소 전이가 먼저 일어나고, 더 진행하면 피돌기를 따라 원격전이가 이뤄진다. 원격전이가 가장 잦은 부위는 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전이는 진행 단계와 비례해서 증가하는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원격전이를 동반한 4기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 10명 중 0.5~1명꼴로 발견된다. 또 2기 이하 조기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20~30%는 치료 후 또는 치료 중 재발을 경험한다.

Q. 유방암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던데?

A. 유방암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인자 발현 정도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그리고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가 그것이다. 검사결과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 반응을 보일 때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유방암’, HER2가 양성일 때는 ‘HER2 양성유방암’, 이들 3가지 호르몬 수용체가 하나도 안 보일 때(음성 반응)는 ‘삼중음성유방암’으로 각각 구분한다.

유방암 중 약 60~70%는 비교적 순한, 호르몬 수용체 양성유방암으로 분류된다.

Q.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A.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치료제를 선택할 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어떤 유형인지, 암세포의 특질부터 파악해야 한다. 각 유형과 환자의 상황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연부조직이나 림프절, 뼈 등과 같이 당장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위에만 전이암이 국한돼 있을 경우엔 최대한 부작용이 적고 환자 순응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약제를 선택해야 된다.

만약 호르몬 수용체 양성유방암 환자라면 항암화학요법, 호르몬요법, 표적치료를 모두 사용해 볼 수 있으나 림프절과 진행이 빠르지 않은 뼈 전이만 있는 상태라면 호르몬과 표적치료를 우선적으로 해볼 수도 있다.

Q. 최근에 주목을 받는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는 어떤 것들인가?

A.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써온 항암제로는 안스라싸이클린(독소루비신), 탁센(파클리탁셀, 도세탁셀), 에리불린(할라벤), 카페시타빈(젤로다), 젬시타빈(젬자), 비노렐빈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호르몬 치료제로는 타목시펜, 졸라덱스, 풀베스트란트와 폐경 후 여성에서 사용되는 레트로졸, 아나스트로졸, 아로마신 등이 있고, 표적치료제로는 HER2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트라스트주맙, 퍼투주맙, 캐사일라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인 라파티닙 등이 꼽힌다.

CDK4/6 억제제(입랜스, 버제니오, 키스칼리)도 최근 들어 전이성 유방암의 1차 및 2차 요법으로 많이 사용되는 약제다. 기존의 호르몬 단독 치료와 비교할 때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 관리도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법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게 흠이다.

Q.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비록 완치는 어렵다고 해도 치료를 계속하면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무증상 상태로 삶의 질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4기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하길 바란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