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발행액 5년간 150배 폭증 정쟁 대신 냉정히 중간평가해봐야

입력 2020-09-22 04:07

5년간 지역화폐 발행액이 전국적으로 150배가량 증가했지만 관련된 ‘맞춤형 연구’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쟁은 차치하고 지역화폐에 대한 냉정한 중간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016년 1168억원에서 올해 9조원으로 폭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에 15조원까지 발행액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은 2019년으로, 당시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자체는 2018년 66곳에서 2019년 177곳으로 3배 늘었고, 발행액도 3714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8배 이상 뛰었다. 이는 2018년 6·13 지방선거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주요 광역지자체 후보들이 앞다퉈 지역화폐 만들기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되며 지역화폐 사업이 현실화됐다. 한편으로는 문재인정부가 주도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달래기용’으로서 지역화폐 정책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지역화폐를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 지자체가 늘면서 발행지자체와 발행액이 더욱 늘었다. 올해도 원래 9조원이 계획 물량이었지만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3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추가 편성하면서 최종 발행금액이 1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지역화폐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했다. 처음에는 복지사업과 연계된 일종의 바우처 제도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지역상권 활성화를 통한 소상공인의 수익 확대, 세수 확보 등 목적을 띠게 됐다. 화폐 형태도 지류에서 카드·모바일·페이로 다양화됐다.

앞서 진행된 연구들은 지역화폐의 이러한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비난으로 알려진 조세정책연구원 연구도 2010~2018년 전국사업체조사 전수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져 정작 지역화폐가 가장 많이 진화했던 시기는 반영하지 못했다. 조세연도 “2019년 이후에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역화폐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도 다르게 나왔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지역화폐의 효용성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대규모 재정 투입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책적 점검이 필수적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중앙정부 예산을 10조원가량 들여 지역화폐 사업을 보조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정말 경제적인 효과가 있는지, 같은 예산으로 더 효과적인 정책은 없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역화폐를 발행할 때의 효과와 그 예산을 직접 소비자 또는 생산자에게 이전했을 때의 소득 증가 효과와 비교하는 등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