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로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반열에 오른다. 2017년 6월부터 3년3개월을 재직한 김 장관은 역대 국토부 장관 가운데 가장 ‘실세’ 장관으로 평가받는다. 취임 초기부터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고 말하며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줬지만 정작 재임 기간 서울 집값이 폭등하는 등 정책 실패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1일 국토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22일이면 취임 1190일을 맞는다. 종전까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2008년 2월 29일부터 2011년 6월 1일까지 1189일 재직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부동산 투기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김 장관의 국토부 홈페이지 인사말에는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서민과 실수요자들이 집 때문에 힘겨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김 장관 취임 이후 정부는 2017년 8·2 대책을 포함해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계속 쏟아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대책을 모두 합치면 23번이나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김 장관 취임 이후 서울 집값은 치솟았다. 국가 통계인 한국감정원 자료에서도 김 장관이 취임한 2017년 6월 5억3732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지난달 8억5300만원으로 58.7% 뛰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매매가격도 김 장관 취임 당시 5억7677만원에서 지난달 8억8621만원으로 53.6%나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김 장관 취임 때보다 29.8%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과도한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거나 불편을 겪는 일도 적지 않았다. 시장이 규제에 대한 내성까지 생기면서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수개월간 안정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6·17 대책 직후부터 오히려 수도권 집값이 치솟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초기에 부동산에 대한 수요 억제 정책만 펴지 말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공급 확대에도 적극 나섰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 보고 ‘부동산 정치’를 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된 적도 적지 않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 “전세 공급이 예년 평균에 비해 적지 않다”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장관의 현실 인식이 시장과 너무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 장관이 청약에서 밀려난 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들이듯 빚을 내서 집을 산다는 의미) 매수’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 장관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 글은 현재 1만명 넘는 동의를 받은 상태다.
다만 국토부 안에서 김 장관의 인기는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데다 특유의 추진력 등으로 김 장관 취임 이후 부처의 업무 추진력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공공임대주택 64만 가구 확충,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본격화 등 김 장관이 이뤄낸 성과가 집값 문제에 가려지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기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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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