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 동안 전국에서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 환자가 최소 하루 1명꼴로 발생했어요. 그전에는 이런 빈도가 아니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중 환자가 최근 급증하자 서울의 한 대형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흉부외과 내부에선 가을·겨울철 코로나19 유행이 커지면 생명을 위협받는 중환자를 치료할 의료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흉부외과는 지난 8개월간 코로나19 위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위중 환자는 에크모 치료나 CRRT(지속적신대체요법) 치료를 받는데, 최근 이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달 1일까지만 해도 35명이었던 위중 환자는 지난 10일 70명을 넘어선 후 21일까지 73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장 우려되는 건 의료진 부족이다. 에크모 환자가 1명만 발생해도 여러 명의 의료진이 붙어야 한다. 하지만 에크모를 다룰 수 있는 의료 인력은 한정적이다. 에크모는 폐나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기계가 이를 대신하도록 하는 장치다. 엄지손가락만 한 카테터가 환자의 양쪽 허벅지를 통해 심장까지 들어가 피를 넣고 뺀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갑자기 혈압이 떨어질 수 있고 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기계를 잘 다룰 줄 알아야 치료할 수 있다.
흉부외과 자체도 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피과’ 중 하나인 데다 간호사 중에서도 에크모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에크모 치료가 더 까다롭다. 한 병원에서 동시에 2~3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에크모 치료를 받게 될 경우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등 관련 의료진은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 일반적인 폐·심장 질환자와 달리 레벨D 보호복 등 보호 장구도 갖춰야 한다.
유행이 더 심해지면 일반적인 폐·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에크모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물리적으로 수술까지 하기가 어렵다. 백종현 영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구·경북 유행 때는 일반적인 외래·수술 환자가 줄어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만약 일반 환자도 평소대로 보는 상태에서 코로나19 대응을 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가을·겨울철 대유행이 올 경우를 대비해 위중 환자 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크모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을 확충하고 에크모 보유 병원은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잔여 기계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재범 계명대동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2~3월 유행 당시 다른 병원에서 에크모를 빌려오기 위해 대구시,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를 거쳐야 했다. 여러 절차를 거치다 보니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이나 걸렸다”며 “사용 가능한 에크모 기계를 보유한 병원과 위중한 환자를 연결해 줄 컨트롤타워가 전국 권역별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도 “어느 한 병원에서 갑자기 환자가 늘면 에크모 기계가 모자랄 수 있다”며 “병원 간 에크모 기계를 빌리려고 해도 허가를 받기가 어렵고 사용 후 소독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많다. 이를 별도의 조직이 조율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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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