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불모지’ 강원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 고교대회 우승을 일군 강릉고 좌완 에이스 김진욱(18)이 2021년도 프로야구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다. 롯데는 김진욱과 함께 ‘최대어’로 평가됐지만 미국 진출이 예정돼 모험을 걸어야 하는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18)도 지명했다.
롯데는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김진욱을 지목했다. 김진욱의 전체 1순위 지명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신장 184㎝ 체중 90㎏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김진욱은 프로보다 덜 다져진 고등학생의 팔로 평균 시속 130~140㎞의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다. 지난달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강릉고 야구부 창단 45년 만에 첫 우승을 일궈 최우수선수(MVP)상과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강원도 고교야구의 전국대회 우승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진욱은 강릉고 3학년생으로 내년 졸업이 예정돼 있다. 고교 2학년생이던 지난해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롯데의 전설적 투수였던 고(故) 최동원의 족적을 따라 부산행이 결정됐다.
지명권은 지난해 KBO리그 최종 순위의 역순으로 배분됐다. 롯데에 이어 2순위 지명권을 얻은 한화는 1라운드에서 유신고 투수 김기중, 삼성은 대전고 투수 이재희, KIA는 고려대 투수 박건우, KT는 원광대 내야수 권동진, NC는 유신고 내야수 김주원, LG는 세광고 내야수 이영빈, SK는 광주제일고 포수 조형우, 키움은 신일고 내야수 김휘집, 두산은 선린인터넷고 투수 김동주(이상 지명권 순서)를 각각 1라운드에서 택했다.
김진욱과 함께 큰 주목을 받았지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해 1라운드에서 어느 구단의 호명도 받지 못한 나승엽을 롯데는 2라운드에서 과감하게 지명했다. 롯데는 나승엽을 놓치면 2라운드 지명권을 날려버리게 되지만, 영입에 성공하면 특급 고졸 신인 2명을 품에 안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내년 상황을 낙관할 수 없는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이에 따라 선수 영입이 위축될 수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상황을 예측해 나승엽의 국내 잔류를 설득할지 주목된다.
지난 9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아버지의 족적을 따라 프로야구에 노크했던 두 ‘레전드 2세’는 희비가 엇갈렸다. 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의 아들 김건형은 KT의 8라운드 지명을 받았은 반면, 2007년 홈런왕 출신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은 마지막 10라운드 지명까지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건형은 아버지보다 빠른 발을 가졌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대에 재학하면서 소속된 아마추어 팀 카울리츠 블랙베어스 외야수로 76경기에 출전해 40도루를 기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