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년 만의 비육사 총장, ‘출신의 벽’ 사라지는 계기 돼야

입력 2020-09-22 04:05
학군(ROTC) 출신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을 21일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한 것은 육사 출신이 50년 넘게 총장직을 독점해온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른 자리는 몰라도 육군의 최고 지휘관 자리만큼은 육사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지막 불문율이 무너진 것이다. 육군총장은 1969년에 첫 육사 출신 총장이 부임한 이래 직전 서욱 총장까지 내리 육사 출신이 차지했다. 미국의 경우 학군 출신인 마크 밀리 대장이 육군총장을 거쳐 현재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는 등 비육사 출신에 대한 차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직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학군 출신이다.

이번 인사는 육사 출신 중심의 군 수뇌부를 개혁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의 일환이지만 수뇌부뿐 아니라 군 인사 전반에 걸쳐 출신의 벽을 완전히 허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동안 군에서는 육사 출신이 해사나 공사 출신보다 더 우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각 군 내에서도 사관학교와 비사관학교(ROTC·3사·학사) 출신 간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어 왔다. 현 정부 들어 장관과 합참의장에 비육사 출신을 앉혀 출신 파괴를 시도했지만 각 군 내에서의 출신에 따른 균형 인사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2017년에 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승진 인사에서 육사 출신의 소령 진급률은 76.9%지만, 학군(32.3%) 3사(30.3%) 학사(29.3%) 출신은 30% 정도에 머물렀다. 출신별 제대자를 감안하더라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많다.반면 미국은 사관학교와 비사관학교 출신의 진급률을 임관 비율과 비슷하게 맞추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비사관학교 출신이 군 생활 전반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는지 더 세심히 살펴볼 대목이다. 출신 간 동등한 대우와 균형 인사는 군내 다양성 확보는 물론, 사기 유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육군이나 사관학교 출신이 역차별을 받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함은 물론일 테다.